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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의 라디오 Dec 07. 2021

미션, 함정에 빠진 나를 구하시오

프리랜서의 함정이란

어렸을 때는 게임을 참 많이 했습니다. 오락실 게임, 온라인 게임, 보드게임 등을 많이 했는데요. 아무래도 게임을 하다 보면 가장 재밌는 것이 단계별로 미션을 깨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된 내가 여러 함정을 피하면서 도착지에 가서 미션을 성공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요. 1단계는 쉽지만 점점 갈수록 미션이 어려워지죠. 자칫하다가 목숨을 잃어 경험치가 떨어지거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기회는 여러 번, 내가 도전을 하고 싶은 만큼 주어집니다.



악당이 오는 걸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죽었다면, 다시 시작해 악당이 오는 길을 알아내 피해서 미션을 완료합니다. 한 번 더, 한 번 더 할수록 나는 게임 속에서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여러 번 해야 고수가 된다는 겁니다.


전기가 끊기지 않는 이상, 게임은 내가 원하는 대로 여러 번 도전할 수 있습니다. 다시 시작, 다시 시작.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거나 미션에 떨어졌다면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예요. 두 번 세 번하니 초반에는 막힘없이 함정을 잘 피하고 경험치도 두둑하게 챙기죠. 그렇지만 게임이 내가 원하는대로 쉽게 쉽게 될까요.


아무리 재도전을 해도 빠져나가는 방법을 몰라 계속 헤맬 수 있고, 앗차! 가끔은 함정에 빠지기도 합니다. 1단계, 2단계는 쉬웠는데 3단계는 아무리 해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제자리만 빙빙 맴돕니다.


인생은 참 게임과 같습니다. 일하는 과정도 마치 게임의 미션과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하고 또 하면 경험치가 쌓여서 간단한 것은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고, 단계가 높은 미션을 성공해내면 그만큼의 경험치와 보상이 또 주어지기도 하고요. 내 캐릭터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션도 성공해내야 하는데, 이 미션 성공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가끔은 함정에 빠지는데, 이 함정에 빠질 때는 어떻게 나와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라디오를 하면 하나씩 처음 경험하는 일이 생깁니다. 레벨을 높이기 위해 저는 하나씩 함정들을 피해서 달려나가야 하는 거죠.


첫 번째 미션, 날아오는 공격 화살을 피하라. [경험치 100점 획득]

“줄리님, 이렇게 청취자가 없는데 돈은 어떻게 벌어요?” 그럴 때는 나를 다 드러내서는 안 되고, 굳이 다 답변할 필요는 없습니다. 첫 번째 시도에는 함정에 발이 빠져 타격을 받았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는 가볍게 함정을 점프해서 피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작은 공격들이 들어왔지만 가볍게 점프 점프! 점프키를 알아내서 가볍게 점프해서 넘겨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나니 두 번째 미션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미션, 나만의 영역을 확장하라. [경험치 200점 획득]

처음에는 유튜브와 개인방송 라디오 플랫폼에서 라디오를 시작했는데요. 개인방송 라디오 플랫폼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점점 줄어들어 다른 영역으로 활동을 넓힐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다른 플랫폼에서도 라디오를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트위치, 아프리카TV, 네이버 NOW라디오까지. 트위치는 시도를 해봤으나 그렇게 잘 맞지 않았고, 아프리카TV에는 라디오를 듣는 마니아층이 있어서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NOW라디오까지 하게 되어 경험치 200점을 획득했습니다.


세 번째 미션, 내게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콘셉트를 변경하시오. [경험치 300점 획득]

처음에는 기본템만 장착하고 있어 나만의 뚜렷한 개성이 드러나지 않았죠. 힐링이 필요할 때 듣기 좋은 따뜻한 라디오 콘셉트에서 조금 더 나만의 소스를 넣을 뭔가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조금씩 경험치를 쌓으며 콘셉트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튜브나 개인방송 플랫폼에서는 굳이 라디오만을 계속 고집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가끔은 재밌는 영상으로 타깃층을 넓히거나 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끄집어 내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먹방을 찍어보니, 의외로 제가 잘 먹는다고 잘 봐주시는 분들이 있었고요. 또, ASMR 라디오로 제 목소리와 분위기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우선은 차분한 제 목소리 톤과 하는 말의 내용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것을 중점으로 나만의 콘셉트를 찾아나가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긴 했는데, 다음 미션을 해결하기에는 조-금 부족하긴 했죠.



그래서인지 다음 미션으로 가지 못하고 큰 함정에 빠져버렸습니다. 새로운 청취자가 오지 않고, 구독자가 늘지 않고, 정체되어있는 시기. (앗차! 여기가 무인도인가) 사람 살려요! 라고 말해봐도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알고 보니 함정에 빠진 나를 구하기, 바로 다음 미션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경험치 500점 획득.


방법도 모르겠는 무인도에 빠진 나를 구하기 미션. 어려웠습니다. 바다에 나가서 헤엄쳐보려고 해도 바다의 깊이가 너무 깊었고, 저를 구조하러 오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여러 키보드를 눌러보며 어딘가에 나가는 길이 있지 않을까 샅샅이 살펴봤습니다. 그렇지만 없더라고요. 좀 더 크게 구조를 하면 되는 걸까. “여러분 제가 유튜브와 팟캐스트도 하거든요. 많이 들어주세요!” 말해봤지만 숫자는 미동이 없었습니다. 일단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 무인도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고민해봤습니다. 이러다 영영 무인도에만 있어서 가라앉는 건 아니겠죠?


신경을 쓰니 몸도 마음도 조금씩 안 좋아져 갔습니다. 또 이러다 소화가 안 될 것 같아서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잠시만, 이거 알고보니 함정이라는 모습으로 보였지만 함정이라고 생각을 안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내 자리에서 꾸준히 내가 여태 해낸 미션들을 유지하면서 마음 편안하게 있으면 이 함정에서 탈출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준말이라고 한 게 생각났습니다. 위험 속에 또 다른 기회가 있다. 이걸 함정이라 생각하면 더더욱 나만 힘들고 나만 지치게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가만히 둘러보면 무인도만이 가진 매력도 있잖아요. 그곳에서도 내가 열심히 살면 함정을 나올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함정에 빠지지 말자. 너무 나오려고 노력하고 애쓰기 보다 유지하자.


그래서 저는 어떻게 됐냐고요? 함정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다음 단계의 미션이 기다리고 있었죠. 다음은 경험치 600점! 저는 앞으로도 라디오를 계속 해 나가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기회는 계속 있으니까요. 다시 시작, 다시 시작, 제가 원하는 만큼 기회는 있습니다. 전기가 끊기지 않는 이상요.




▼ 전기가 끊기지 않아 계속하는 팟캐스트 듣기


▼ 사람들이 좋아해준 유튜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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