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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의 라디오 Jan 27. 2022

아침 라디오 기획, 어떻게 하지?

1인 크리에이터 라디오 DJ의 고민 고민

여러분, 일어나세요.
월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아침을 깨워주기 위해
DJ 줄리가 왔습니다.




매주 월, 수, 금요일 아침마다 ‘아침깨워줄리’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아침을 깨워드리면서 활기찬 아침을 시작할 수 있도록 재밌고 좋은 기운을 팍팍 넣어드리려 합니다. 느긋한 주말을 보내고 난 다음인 월요일 아침에는 차분하게, 수요일 아침은 가볍게, 금요일 아침은 즐겁게 깨워드리죠.


요일마다 아침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의 분위기도 다르답니다. 매주 월수금 아침 라디오를 만들어오면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얘기해드리려고 합니다. (속닥속닥)








처음 아침깨워줄리 라디오를 기획했을 때는 어떤 청취자분들이 들으면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우선 제 상황을 한번 대입해봤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출근할 때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기는 하는데, 바로 잠에서 깨지 못해 비몽사몽한 채로 인스타나 카톡을 보면서 정신을 깼습니다. (카톡 답장을 하면 잠이 깨더라고요, 꿀팁입니다.)



약간 잠이 깼다면 이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야겠죠. 자주 보는 드라마나 시트콤을 틀면 자연스럽게 잘 움직여지더라고요. 그대로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로 갑니다. 귀로 소리를 들으며 심심하지 않게 씻고, 화장대에 핸드폰을 둔 채로 콘텐츠를 들으면서 화장을 했죠. 이것이 직장 다닐 때 아침 출근 준비 모습이었습니다. 이러면 아침 준비하는 시간이 심심하지도 않고 좋더라고요. 저만 이렇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유튜브에 출근 준비하는 브이로그를 보면 화장하며 영상을 틀어놓고 하시는 분들도 꽤 많더라고요. (다들 공감하시죠?)


그래서 떠올렸습니다. 아침 준비하면서 듣기 좋은 라디오는 어떨까. 이름은 DJ 줄리의 이름을 넣어서 아침을 깨워주는 줄리! 아침깨워줄리! (나란 사람, 이렇게 이름을 활용하니 센스 만점인데, 하면서 감탄도 해줍니다) 이름을 정하고 요일별로 어떤 코너를 하면 좋을지 생각해봤습니다. 아침 준비하면서 라디오를 듣는 분들은 매일 부지런하게 움직이시는 분들일 테고, 부지런한 분들은 아침 준비하면서도 좋은 정보를 들으면 더욱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꼭 생활 정보를 알려주는 꿀팁 코너를 넣어야겠다 싶었습니다. 하루에 5분 정도만 투자해서 들어만 두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알려주자. 코너 이름은 '나를 바꾸는 시간'이라고 정하며 2부에 짧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 이 코너를 준비하는 즐거웠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이런 생활 정보나 꿀팁 아는 거 좋아하거든요. (아무도 안 해줘서 셀프로 만들기까지 한 사람) 간단하게 내 생활을 좀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하는 그런 꿀팁! 좋잖아요! (그리고 이 코너는 1년 후에 다른 코너로 바뀌긴 했습니다)



요일별 코너는 요일 특성에 맞춰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월요일 아침은 피곤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직장 다닐 때 월요병 조금 앓아본 경험이 있던 터라, 감정 이입을 해보며 어떤 콘텐츠를 듣고 싶을지 떠올렸죠. 월요일에는 몸이 피곤하고 딱히 기쁜 일이 없어 굳은 얼굴로 출근하고, 점심 시간에는 다들 말없이 밥 먹다가 "지난 주말에 뭐했어?"라고 물어보잖아요. (제 월요일은 늘 이랬는데, 저만 그런 것 아니겠죠?)


가끔 이 질문이 지겨워질 때도 있었고, 딱히 한 일이 없는 주말을 보낸 때에는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에는 청취자분들께 할 말을 만들어주자! 싶었어요.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3가지를 정리해 알려드리고, 청취자분들이 지난주에 어떤 일을 했는지 TMI를 말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월요일 아침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려고 했죠. (의외로 초반 반응은 좋았습니다. 이 코너도 반년 후에 바뀌긴 했습니다. 쿨럭.)


수요일은 월요일보다 조금 낫습니다. ‘수요언덕’이라 하잖아요. 중간까지 왔구나. 마음의 안도가 있고, 월요일 화요일 아침에 같은 시간에 일어났으니 수요일 아침은 그리 피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청취자분들이 아침에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았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찾다가, 고민 없이 빠르게 결정하는 성격이라 이 성격을 이용해 코너를 만들었죠. 결정 잘하는 DJ 줄리가 결정해드리는 시간! 이른바 결정잘해!


실시간으로 할까 말까 먹을까 말까, 둘 중 하나를 고민하는 청취자분들의 고민도 결정해드리는 겁니다. “줄리님, 저 이거 할까요 말까요.” 수요일마다 결정잘해 코너에 반응이 꽤 괜찮습니다. 어떤 수요일에는 실시간으로 할까 말까 물어보시는 청취자분들이 많아서 1부 시간을 좀 넘긴 적이 있어요. 그리고 저의 탁월하고 빠른 결정에 만족해하시는 청취자분들도 있었고요. 줄리 솔로몬을 합쳐서 줄로몬이라는 별명도 생겼답니다. (후훗)



금요일! 금요일은 많은 분이 좋아하는 아침이죠. 주말을 앞두고 있어 마음이 들뜬 아침. 그래서 다른 요일보다 한층 여유로워 채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도록 코너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매주 다른 주제로 각자의 사연을 실시간으로 얘기해보는 건 어떨까. 그중 가장 강력한 사연을 가지신 분을 매주 ‘어그로왕’이라고 뽑으면 재밌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실시간으로 사연을 받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제를 잡는 게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어떤 주제에는 사연이 많았고, 어떤 주제는 사연이 정말 없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실시간으로 당혹스러운 마음을 감추기가 어려웠습니다. 따흑!)


한번은 재밌는 주제가 생각나서 금요일 1부에 진행을 했었는데요. 많은 사연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서 당황했습니다. 이럴 때는 이런 합리적인 의심을 했습니다. ‘순간 인터넷이 잠깐 끊긴 것은 아니겠지’ 인터넷 탓을 하기도 했는데 애석하게도 인터넷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인터넷이 잘못했네!) 네, 제가 주제를 잘못 잡은 것이었죠. 그 이후로 어그로왕 주제는 많은 사람이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사연들을 고민 또 고민해서 준비했습니다. 참여가 낮은 상황을 대비해 제 이야기를 많이 준비해두기도 하고요. (어떻게 하다보니 제 이야기 참으로 많이 했습니다)



아침 라디오에서는 음악 선정도 중요합니다. 음악의 멜로디에 따라 아침에 듣기 좋은 음악이 있고, 하루가 끝난 후 느긋하게 듣기 좋은 음악이 있죠. 아침에 축 쳐지는 발라드를 듣는 것보다 활기찬 댄스음악을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늘 첫 곡은 잠에서 깨기 좋은 활기찬 음악들로 선정했습니다. 그렇다고 비트가 빠르고 쿵쾅쿵쾅 대는 음악은 역효과를 날 것 같아 적당히 발랄한 음악이 딱 좋았죠. 알람 소리도 시끄러우면 잘 깨기는 하는데 기분 좋지 않게 깨잖아요.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는 아침에 힘을 주는 메시지로 준비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들으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한 마디의 말로 힘이 나기도 하거든요. 긍정적인 말을 들으면 알 수 없는 힘이 생기기도 하고요. 저는 아침 깨워 줄리 라디오를 듣는 모든 청취자들이 제 말을 통해 힘을 얻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으면 합니다. 라디오가 끝나고 마지막 노래를 들으며 인사를 나눌 때, 청취자분들이 제게도 좋은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줄리님도 오늘 하루 화이팅입니다! 맛있는 아침 드시며 힘내세요!
오늘도 줄리님 덕분에 아침이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 :)


청취자분들의 메시지에 제가 답을 해드리지는 못했지만 눈으로 읽으며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마음에 따뜻함도 퍼져나가고요. 아침 라디오가 끝나면 오늘도 잘 끝났다는 안도의 마음과 함께 훈훈한 마음이 덤으로 생깁니다.



친구가 “오늘도 아침 라디오 잘했어?” 라고 물어봐서 “응, 오늘 아침 라디오 되게 재밌었어” 라고 대답했어요. 어떤 재밌는 일이 있었느냐 물어보면, 흠-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크게 웃긴 사연이 있었던 건 아닌데 따듯한 말을 주고 받으니 저도 모르게 재밌다고 느꼈나 봅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닌 일상의 가까이에 있다고 하잖아요. 좋은 말을 주고 받고 아침을 활기차게 만드는 것, 이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요.


오늘도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매회 라디오를 해나가면서 천천히 행복을 쌓아가는 중입니다. 제 라디오로 많은 분의 일상에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요. 제 시행착오 이야기를 통해 좋아하는 일에 같이 도전하여 지속하길 바라요. 우리 같이,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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