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아그레아블, 소모임, 취향관 그리고 또?
얼마 전 만난 친구는 새로운 모임활동 얘기를 했다. 사진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친구는 사진 모임과 독서 모임 두 가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 날씨도 좋아지고 나를 위한 자기계발로 활동적인 모임에 들어볼까, 생각이 들었다. 영화보고 이야기하는 모임도 좋고, 한 권의 책을 읽고 깊게 대화를 나누는 모임도 좋다. 그중 제일 좋은 건 프리랜서 모임, 크리에이터 모임이지. (그렇지만 마땅히 들만한 곳이 없다는 걸 알아서 패스.)
검색창에 '독서 모임' 검색을 해봤다. 트레바리, 예전부터 유명해 잘 알고 있던 독서 모임이다. 한 달에 20만원 가량의 활동비를 내고 적극적으로 독서 모임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트레바리 안에 이런 저런 다양한 독서 클럽이 있어 구경을 해봤다. (모임장이 테마를 갖춰 모임을 구성해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딱히 내가 원하는 주제의 클럽은 없어서 찾다가 다음 독서 모임으로 넘어갔다.
트레바리 말고도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곳이 또 있었다. 아그레아블. 새로 생긴 독서 모임인 것 같았다. 여기도 꽤 다양한 독서 클럽을 운영하고 있어서 한번 쫙 둘러봤다. 그중 관심이 갔던 건, 한 번 만나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 있었는데, 이런 건 한 주제에 대해 깊은 대화가 안 될 것 같아서 패스했다. 그렇지 않아도 예전에 직장다녔을 때 가볍게 들었던 독서 모임이 있었다.
한 카페에 모여 각자 책을 읽으며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는 가벼운 독서 모임이었는데, 오히려 대화가 깊게 되지 않고 책과 관련 없는 사담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다가 2차로 치킨을 먹으러 가는 식이었다. (아무래도 독서 모임을 가장한 친목 모임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그레아블에 영화와 원작 소설을 같이 보고 이야기하는 클럽도 있었다. 이 클럽에 꽤 흥미가 가서 들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조금 더 알아보다가 말았다. 이유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왕복 거리가 꽤 되고, 모이는 공간이 있는데 주차는 1시간만 되서 주변에 주차장을 또 알아봐야 하는 귀찮음이 있었다. 정리해보면 거리도 먼데 주차는 오래 안 되고 거기에 1회당 참석비를 내야 하는 모임이라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을 감안하고 가고 싶은 마음까지는 안 들었다. 가까운 곳을 찾아보자. 요즘은 잘 검색하는 사람이 좋은 먹이를 먹는다.
예전에 친구한테 추천받아 '취향관'이라는 살롱에 가입한 적이 있다. 영화보고 이야기 나누고, 한 주제에 대해 에세이를 써서 대화해보는 등 다양한 예술 클럽을 운영하는 곳이었다. 3개월 간 클럽제로 운영했었는데 거리도 꽤 됐지만 클럽들이 딱 내 스타일이라서 주 2회씩 방문해서 열심히 클럽에 참여했다. 클럽들은 대체로 좋았다. 그렇지만 두 번은 하지 않기로 생각했던 건, 몇 번은 클럽을 운영하는 모임장이 대화를 너무 많이 해서였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한 클럽에 참석했을 때는 10분 정도만 말하고 나머지 시간은 거의 들었던 것 같다. (모임장이 너무 말이 많은 것 아닙니까)
그 외에는 소모임이라는 동호회 어플이 있었다. 주로 친목모임 위주라서 별로 신뢰는 가지 않지만 (예전 독서모임도 여기서 들었다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플을 다운받았다. 독서모임, 검색하니 주변에 꽤 많은 독서 모임이 나왔다. 하나씩 다 둘러봤는데 결국 내게 맞는 독서 모임은 없었다.
눈이 그리 까다롭냐 하겠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지정된 한 권의 책을 읽고 격주로 주말에 만나 카페에서 책 내용에 대해 깊이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었다. 그런데 소모임에 있는 독서모임은 80%는 자유롭게 카페에서 책 가져와서 읽어요- 식의 예전 독서모임과 다를 바 없는 친목 위주가 많았고, 지정된 독서모임이 한 곳 있었지만 내 독서 스타일과 다른 책들만 지정되어 있어서 그것도 패스했다.
휴. 독서 모임에 들고 싶은데 들만한 곳이 없다니.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싶어 마지막으로 한번 더 찾아봤다. 조금 거리가 멀어도 괜찮아요. 그래도 내가 원하는 독서 모임은 없었다. 페이지가 마지막에 다다랐고, 어플은 내게 '본인이 원하는 모임을 직접 만드세요'하고 추천했다. 한번 만들어볼까.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독서 모임을 개설해봤다. 나와 같은 마음의 사람이 알아서 모임에 가입하겠지. 검색을 마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혹시라도 기대해보며 소모임 어플을 켰더니 내가 만든 독서모임에 나 혼자만이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그럼, 그렇지.
PS. 어디 프리랜서가 자기계발로 들기 좋은 곳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