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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근접 맞벌이부부다.

고개 들면 보이는 아내의 자리

by 잠바

우리는 맞벌이 부부다. 맞벌이 부부면서 회사 동료다. 회사 동료면서 같은 부서에 근무한다. 회사에서 고개를 들어 조금만 돌리면 아내가 보인다. 출근 준비를 함께 하고, 함께 출근하고, 함께 일한다. 퇴근 시간을 최대한 맞춰서 퇴근한다. 퇴근길은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집에 오는 길에 외식을 하거나, 집에서 식사를 한다. 우리는 초근접 맞벌이 부부다.


초근접 맞벌이 부부다 보니, 오히려 주말이나 평일 저녁 약속에 대해서 서로에게 관대하다. 아내가 고맙게도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 준다. 매일 함께 있다 보니 서로의 일상과 회사 생활, 고충, 주변 인물에 대해서 빠짐없이 다 알고 있다. 내 상사가 아내의 상사고, 내 동료가 아내의 동료다.


누군가는 이런 점이 쉽지 않겠다고 하지만, 생활의 반경이 넓지 않은 나로서는 이런 점이 퍽 편하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누군가로 인해 힘들었는지, 1을 이야기해도 10이 이해가 되고 나 또한 함께 느끼는 감정이다.


24시간을 함께 붙어 있어 재미있는 일도 많다. 출근 준비와 출근길, 점심시간, 퇴근길 모든 것을 함께 한다. 점심은 주로 따로 먹지만, 점심도 함께 먹는 날이면 우리는 하루를 완전히 함께 보내게 되는 신기한 날이다. 지금도 자리에서 고개를 들면 아내가 보인다. 일로 화가 나 있거나, 일이 잘 풀려 기분 좋아하거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저녁에 매운 걸 먹자고 하면 왜 그러는지, 술 한잔이 생각난다고 하면 왜 그러는지 잘 안다. 이런 점이 우리가 직장 생활하며 이겨내야 할 것들을 어렵지 않게 극복해 가는 힘이 된다.


우리는 초근접 맞벌이 부부다. 오늘 출근길은 참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다소 민망하지만.. 출근길 부비트랩이 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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