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34일 여기저기 죄다 디지털화
2024.04.09(화)
영유아 검진을 다녀왔다. 1차 때는 방법을 몰라서 병원에 무작정 찾아갔다가 예약 안 했다고 퇴짜를 맞았었지. 이번에는 미리 예약도 하고 건강보험 앱에 들어가 문진표도 미리 작성해서 무사히 검진받을 수 있었어.
이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되어 있어서 기계와 친하지 않은 부모라면 꽤나 애를 먹겠다 싶었단다. 나라에서 모든 아이가 무료로 집 근처 병원에서 적절한 시점에 놓치지 않고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만든 제도일 텐데 뭔가 엄청 어렵네. 대다수의 국민이 이 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받는 건지 걱정이 되더구나.
게다가 엄마가 방문하려는 소아과에서는 영유아 검진을 '똑닥'이라는 어플을 통해서만 받는다는거야. 또 새로운 어플인가 한숨부터 나왔지만 병원마다 운영하는 정책이 다르니 백번 양보해 앱을 다운로드했다. 그런데 영유아검진을 신청하려면 회원권 결제가 필수라는 거 있지. 월간 회원권이 1천원, 연간이 1만원이라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정부에서 장려하는 검진을 받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 좀 어이가 없더구나. 아무 죄 없는 아빠를 향해 혈압을 올리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결국 가고 싶은 병원에 예약하기 위해 1천원을 결제했다.
다음달 영유아 검진 예약일 9시가 되자마자 어플을 켰는데 처음 하는거라 아이 정보를 미리 입력해두지 않았더니 결국 실패했다. 이건 뭐 대학교 수강신청보다도 힘들더구나. 1천원까지 결제하며 좋은 마음으로 예약하려고 했는데 세상에.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결국 전화로 예약을 받아주는 다른 병원에 연락했다. 애초에 이렇게 할 걸 그래도 사람들의 평판이 좋은 소아과에 데리고 가고 싶은 엄마 욕심이 컸나보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검진이다. 가장 궁금했던 건 너의 몸무게, 키, 머리둘레였는데 잘 크고 있더구나. 최근에 원더윅스 때문에 잘 못 먹었던 거 같아서 조금 걱정했거든. 키는 백분위 84, 몸무게와 머리둘레도 백분위 71로 꽤 큰 편에 속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한시름 놓았다. 엄마는 키도 체구도 작은데 다행히 아빠를 닮았나 보다. 기왕 아빠를 많이 닮은 거 팔다리도 길쭉길쭉하게 자랐으면 좋겠구나.
최근에 피부에 오돌토돌한 게 올라왔는데 보습으로도 잘 안 잡혀서 물어보니 비염 때문일 수도 있다고 꽃가루 많은 날 외출하지 말라네. 언제까지나 미세먼지와 꽃가루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게 맞나 싶네. 그리고 뭔가 대강대강 말하는데 신뢰는 잘 안 가는구나. 조금만 진정성 있게 대답해 주면 좋으련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마는 좀 투덜거려도 이런 말은 또 꽤 잘 흘려듣지 못하는 어른이거든) 일단 실내 위주로 외출하고 보습도 더 신경 써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