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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May 07. 2024

흐으, 히잇, 흐흐흥 소리내 웃다

생후 131일

2024.04.06(토)


아빠가 선물 받은 딸랑이 하나를 들더니 이거 어떻게 쓰는 건지 아냐고 묻는 거야. 딸랑이니까 흔드는 거 아니냐고 딸랑이 가운데 있는 하트만 뱅글뱅글 돌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했지. 그랬는데 아빠가 씩 웃더니 딸랑이를 바닥에 두고 돌리는데 딸랑이가 팽이처럼 도는 거야! 세상에 이 딸랑이의 용도는 테이블 같은 데에 올려두고 뱅글뱅글 돌리는 거였더라고. 요즘엔 비슷한 모양으로 흡착식인 것도 있긴 하던데 이게 그런 거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너를 엄마 무릎에 앉혀두고 바닥에서 딸랑이를 돌리는데 네가 갑자기 “흐으 히잇 흐흐흥” 소리를 내며 웃는 거 있지. “어머머 이게 재미있나 봐” 하면서 엄마도 신이나 몇번이고 딸랑이를 돌렸다. 네 웃음소리가 너무 듣기 좋아서! 그런데 오후가 되어 다시 돌리니까 이번엔 안 웃네. 그 소리 또 듣고 싶은데 시무룩해졌다.


저녁엔 산책하고 와서 목욕하기 전 간단하게 70ml 정도로 요기하고 잠시 소화되기를 기다리며 거울 앞에서 놀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네가 또 “흐으 히힛 흐흐흥” 소리를 내는 거야. 갑자기 또 뭐에 꽂혀서 저리 웃나 궁금해서 조금 전 했던 행동을 모두 다시 해봤지. 네 머리에 엄마 턱을 두고 덜덜덜 떨어본다든지 입술로 부르르 네 투레질을 따라 해본다든지. 그러다 엄마 발이 매트에서 미끄러질 때 나는 ‘뿌지직’ 소리가 범인이라는 걸 알아냈다. 일부러 매트 위에서 ‘뿌지직’ 소리를 낼 때마다 네가 소리 내 웃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어.


내일도 같은 방법으로 소리 내 웃으리라는 보장은 없는데 또 시도해 보려고! 너랑 놀아주는 데 힘이 달려 뒤집어서 낑낑대는 네 옆에 널브러져 멍하니 있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웃음을 위해서라면 조금 더 힘을 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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