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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rinsk Feb 14. 2019

[One-shot Econ] 푸드스탬프의 경제학

심리 회계는 있다. 

출처: https://www.aeaweb.org/research/spending-SNAP-mental-accounting

미국에는 SNAP이라는 푸드스탬프 프로그램이 있다. 푸드스탬프란 필요한 사람들에게 직접 식료품을 제공하는 일종의 바우처다. 러셀 로버츠의 "보이지 않는 마음"에 잘 나오지만, 필요한 혹은 식료품이 필요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두고 시장을 더 믿는 사람과 덜 믿는 사람이 이렇게 나뉠 것이다. 시장의 편에 선 사람은 식료품을 주지 말고 차라리 돈을 주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이를 충족시키는 데 어떤 상품과도 교환되는 돈 만한 것이 없다. 반면 시장의 실패를 염려하는 사람은 그 사람들에게 돈을 줄 경우 식료품을 사지 않을 것을 경계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들에게 많은 유혹의 아이템을 제공한다. 식료품에 쓰여야 하는 돈을 마약, 술, 도박 등에 탕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필요한 물건, 즉 먹을 것을 직접 주는 게 낫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표준 경제학의 주장을 들어보자. 이들에 따르면 푸드스탬프를 지급한 것과 돈을 지급한 것이 다를 이유가 없다.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필요한 식료품을 조달하는 데 100달러가 필요하다고 하자. 50달러 만큼의 푸드스탬프가 제공되었을 때, 그는 푸드스탬프와 자신의 돈 50달러를 들여 식료품을 살 것이다. 사람에게 현금으로 50달러를 지급했을 때와 다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출처에 소개된 Justine Hastings와 Jesse Shapiro가 이 질문을 탐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푸드스탬프와 현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푸드스탬프로 지급했을 때 음식을 더 많이 산다. 먼저 '왜 그럴까'라는 당연한 질문 대신 어떻게 연구했는지부터 살펴보자.


저자들은 이 문제를 보기 위해서 미국의 거대 식료품 체인이 보유한 약 50만 가구의 6억 개의 관련 구매 기록을 검토했다.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에게 SNAP 관련 상태의 변화가 발생한 시점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SNAP의 개입이 경제주체의 선택이 미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혜택이 소진되었을 떄 그리고 SNAP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식료품 구매의 변화가 이 문제의 양상을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저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달러 만큼의 푸드스탬프가 제공되었을 때 이는 식료품 구매를 0.5~0.6 달러 만큼 증가시킨다. 꽤 높은 수치다. 앞서 말했듯이, 이론적으로 푸드스탬프가 식료품 구매를 증가시킬 수 없으며 만일 증가시킨다면 "잡음"으로 여겨질 수준의 작은 액수여야 한다. 


이제 "왜"의 대목으로 가보자. 저자들은 행동 경제학의 "심리 회계mental acccounting"를 지적한다. 간단히 말해서 심리회계란 우리의 마음이 용처가 따로 정해지지 않은 돈에 대해서도 임의의 회계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흔히 쉽게 번 돈을 쉽게 써버려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우연히 10만원 짜리 복권에 당첨되었다면, 이 돈을 필요한 차 수리비에 쓰기보다는 친구들에게 한턱 내는 데 쓰게 되기 쉽다. 마음 속에서 굴러들어온 10만원은 '가외돈'으로 구획된다. 그리고 이 가외돈은 그 용도로만 써야 한다는 마음을 품게 된다. 마치 기업의 각 부서에서 년초에 예산을 잡고 그 예산 내에서 쓰려고 노력 하는 일이 경제주체의 마음 속에서 발생한다. 


다시 푸드스탬프 이야기로 돌아오자. 경제 주체는 이미 식료품이라는 회계부서에 일정 액을 할당했다. 이때 푸드스탬프를 받더라도, 이 회계부서에 할당된 돈을 쉽게 다른 쪽으로 돌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리 회계의 사례로 매우 명쾌하게 써먹을 수 있는 사례일 듯 싶다. 


SNAP은 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SNAP)의 약자다. 즉, 필요한 사람들에게 영양을 보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표준 경제학의 논리에 따르면 SNAP은 불필요한 정책이다. 비용을 들인 만큼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 사회적인 편익도 낮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밝혔듯이 SNAP이 식료품 구매를 늘인다면 원래의 정책 목표를 일정하게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재정 지출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의 준거가 비용-편익 분석이라면, 이 경우 SNAP의 편익은 경제학에서 일반적으로 간주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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