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캘리그라피에 연연한다.
5년 전 독학으로 시작했고, 책을 읽고 글씨를 쓰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리다 집에 돌아온 후,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가만히 글씨를 쓰고 있노라면-
때론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글씨를 쓰고 있노라면-
나는 하루 중 처음으로 온전히 나 자신에게,
내 손 끝에 집중하여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글씨를 쓰는 건 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었고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그저 취미가 아니라, 더 나아가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어 한 순간
나는 캘리그라피에 연연하게 되었다.
아니 '완전히 내 마음에 드는 글씨를 쓰지 못하는 나'에게 연연했다.
종이 수십장을 버려 가며 몇일을 써도 마음에 들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1분만에 잘 써지기도 한다.
심지어 몇몇 클라이언트는
내가 수십장을 써보고 뽑은 몇 가지 글씨 시안보다
휘리릭 쓴 1분 글씨를 선택하기도 한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아직 내게 캘리그라피가 완전히 직업이 된 것은 아니지만,
캘리그라피가 너무 좋아서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한 그 순간부터
나는 늘 내 글씨에, 내 실력에 연연하며 스스로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정말 글씨 쓰는 것이, 너무 좋아서 그렇다. 너무 좋아서, 잘 하고 싶어서.
당연히 성장하고 발전하고, 더 나은 글씨를 보여주고 싶지만
어느새 즐기지 못하는 나를 돌아보고 생각한다.
내가 즐길 때, 좋아서 쓸 때 더 좋은 글씨가 나오고
그 마음이 글씨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러니 그저 즐기자
마음을 가득 담은 글씨를 쓰고 싶었던 초심으로 돌아가자.
너무 잘하자는 강박은 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글씨쓰는 것을 그저 즐기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현재의 내 모습에 연연하지 말고,
그저 좋아하는 것을 즐기다보면 조금씩 더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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