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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띵쏘 May 10. 2016

임대주택에 떨어지다

가난한 청춘이 함께 살기를 꿈꾸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집이다.


너와 나의 직장 사이

변두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서울

작지만 거실하나 안방하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작지만 큰 집이었다.


주택공사에서는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결혼할지 모르는 우리같은 사람들을 위한

예비신혼부부라는 이름으로 따로 청약 접수를 받았고, 청약에 당첨되면 그 안에 혼인신고를 하면 거주 할 수 있었다.


내가 무리하게 청약접수를 했다.

너도 내심 싫지 않아보였고.


신혼부부 전형은 11평 아파트 36가구를 뽑는데

경쟁률은 200대 1이 다되었고

어정쩡한 소득과 가점 없는 우리는 떨어졌다.


청약을 넣고 기다리는 그 기간동안

새집을 꿈꾸며

좁지만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결혼은 이야기 하지 않아도 같은 집에서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청약에 떨어졌다고 이야기하는 나를

너는 위로 했다.

나한테 괜찮냐며 달래며,

그리고 다시 집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서로 좋아하는 남녀가 결혼을 하기 위해 넘길 산은 너무 많다. 그 중에 집은 너무나도 큰 산이다.

함께 등 맞대며 누울 공간만 있다면, 옥탑이든 반지하이든 원룸이든 나는 괜찮다만

나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남자친구와

훈수만 놓는 부모님과

비교를 통해 자존감을 찾으려는 친구들에게는

괜찮지 않은 모양이다.


청약이 떨어지고,

현실적으로 멀쩡한 집을 구할 수 없게 되고

결혼은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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