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트렌드를 만나면 브랜드가 된다
시대정신이 호출한 '조국 신드롬'
서사가 시대정신을 만나면 상징으로
연민의 서사가 혹세무민의 시대를 만나 응징의 상징이 된 것
평범한 브랜드는 트렌드 위에서 끓고
위대한 브랜드는 최악과 최선의 두 시대정신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끓는다
스토리가 트렌드를 만나면 브랜드가 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밀가루 회사가 레트로 트렌드를 만나 곰표가 되었고, 학교 폭력과 따돌림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한국을 떠난 청년이 코로나 시기의 '격리 사회'를 만나 곽튜브가 되었다. 무취한 밀가루는 향수 Nostalgia를, 억압받은 청년은 자유 Freedom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된 것.
정치에서도 한 개인의 서사가 시대정신을 만나면 상징이 된다.
조국의 등장을 바라본 전문가는 머쓱하고 당사자는 어안이 벙벙하다. 흥행에서 열풍으로, 최근에는 꺼낼 일 없어 먼지만 쌓아둔 신드롬이라는 표현까지 얼굴을 내밀었다. 흥행은 마케팅이 주장하는 "이거 좋아요", 열풍은 수요자가 고백하는 "너무 좋아요", 신드롬은 시대정신이 호출하는 "왜 이제 왔어"의 영역이다.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진정성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넘볼 수 없는 신드롬의 영역에 들어선 조국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브랜드다.
"우리는 대한민국 정당 정치 역사상 가장 이례적인 사건을 목격하고 있다" 한 정치 평론가의 말이다. 조국혁신당은 지지율 3%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측을 한참 벗어났다. 4월 10일 최종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진보와 보수의 사실상 양당 정치 구도에서 한 달 남짓한 신생 정당이 30%의 지지를 받으며 비례정당 득표율 1위에 위치해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제3 지대 리버럴 정당이 TK에서 20%가 넘는 지지율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오천만이 손에 든 카메라가 가려져있던 권력의 오만을 심심찮게 중계한다. 권력의 비리를 다룬 영화의 리얼리티가 논픽션이었다는 사실에 분개한 사람들은 '이게 맞아?'라는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정신이 서서히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의 봄은 오지 않았다. 군복에서 양복으로 옷만 갈아입은 그들은 다시 권력의 도구가 됐다. 2019년 문재인 정부는 당시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 검찰 개혁에 착수한다. 그러자 수사와 기소권으로 무장한 검찰의 무자비한 화살비가 조국과 그의 가족에게 빗발쳤다. 그중 한 발이 명중했다. 입시에 민감한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한 점의 오점도 용납할 수 없는, 공정과 정의의 기치가 가장 드높은 시점이었다.
거대한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응축된 감정으로 남는다. 조국과 그의 가족에게 내린 가혹한 형벌을 지켜본 사람들은 내로남불을 거두고 측은지심이라는 불씨 하나를 남겨 두었다. 그리고 이 불씨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2022년 봄, '조국'이라는 전리품을 들고 헌정사상 처음 검찰 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했다. 이로써 검찰은 스스로 권력이 됐다. 고속도로가 갑자기 휘었고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전국에 중계됐다. 논문을 대필했다는 사람이 손을 들고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신들에게는 공정과 정의를 묻지 않는다.
가난한 죽음을 쪼그리고 앉아 '관찰'하는 대통령.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사진을 치워버림으로써 희생자의 목숨을 159라는 '숫자'로 매겨버린 정부. 인간을 타자화하고 추상화한 두 장의 사진을 보고 사람들은 마침내 깨달았다. 시대정신의 수호자라 믿었던 대통령이 공정과 정의, 그 위에 군림하는 심판자였다는 사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인간이 출현한다.
인간에게서 의욕을 빼앗으면 생존만 남는다. 삶과 죽음의 선명한 경계에서 조국은 정치의 삶을 선언한다. 3년은 너무 길었다. 검찰정권 탄압의 상징이 된 조국이 '검찰독재 조기종식'의 선명한 구호를 내걸고 조국혁신당을 창당하자 측은지심의 불씨 10만 개가 일제히 타올라 단숨에 횃불이 된다. 선거전이 본격화되자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나가 좌우 가리지 않고 스윙 보터를 빨아들이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범민주진보 진영의 전체 파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여당과 보수 언론은 불을 끌 골든 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야당 대표 때리기에 골몰하다 조국의 등장을 좌시한 것이 화근이었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윤석열 정권은 정치적 파산을 했다." 유시민 작가의 논평이다. 4월 10일 최종 선고가 나오겠지만 '조국 신드롬'이 22대 총선의 판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부의 불평등'을 다룬 오징어게임은 신자유주의의 반작용이다. "자신을 사랑하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를 외치는 BTS는 국가민족주의의 반작용이다. 평범한 브랜드는 트렌드 위에서 끓고 위대한 브랜드는 최악과 최선의 두 시대정신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끓는다.
눈 떠보니 선진국에서 다시 눈 떠보니 후진국이 되어버린 지난 2년을 리콜하기 위해 브랜드 조국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겁게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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