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하기 전에 이야기하자.
대부분 이야기하지 않고 떠난다.
이야기해도 소용 없을거라는 생각.
이미 식어버린 마음과 상처.
조직은 쉽게 변하지 않을거라는 반복된 경험.
그런 것들이 하여금 이야기하지 않고 떠나게 만들겠지.
십 몇년전인가.
보스였던 C형은 그런 얘기를 해 주었다.
은재야.
이제 너한테도 이런저런 회사에서 오퍼가 올텐데.
형이랑 약속 하나만 하자.
꼭 결정하기 전에 미리 얘기해줘야해.
이미 다 결정하고 나서 통보하는게
제일 나쁜거야.
적어도 그곳에서 얼마를 받을지,
어떤 직책으로 갈지를 정리한 후에,
최종적으로 사인하기 전에,
나한테 얘기해줘야해.
그럼 나도 회사에 이야기를 해서.
그만큼 너의 연봉을 올려줄 수 있는지.
또는 직책을 조정해 줄 수 있는지.
그런걸 다 해보고.
안되면 쿨하게 헤어지는거고.
회사도 너를 붙잡아야 한다고 판단하면,
니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거야.
실제로 그런 기회 덕분에,
나는 조금 빠르게 몇 단계를 껑충 뛸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보스를 만나는 것 또한
인생에서 몇 번 만나기 힘든
좋은 기회였다는 것을 아주 나중에 깨달았다.
그런 연유로,
나는 이직을 할때.
보스와 긴 이야기를 했다.
그게 좋은 의미의 이직이든.
도망치듯 떠나는 이직이든.
왜 떠나고 싶은지.
어떤 오퍼와 제안을 받았는지.
아니면 그런 미래 계획 따위 없이 왜 놀려고 하는지.
회사는 나를 잡을 마음이 있는지.
잡을 마음이 없는지.
결정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러한 연유로 떠나고 싶은데,
또는 헤어지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렵지만 차분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