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영리하다구.
MZ 세대들이 (이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인내심이 너무 부족한게 아닌가-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바로는
미묘하게 다르다.
물론 나이 있는 세대에 비해
인내심이 부족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더 영리한 쪽에 가깝다.
지금 인내가 필요한 일이,
나를 확실하게 성장시킨다는 확신이 있다면,
충분히 나를 밑어붙일 수 있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가. 조직이. 회사가.
어디에서 당최 확신이란걸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이 일을 하는게 고되고 힘들겠지만,
이게 밑바탕이 되서 결국에는 너의 성장과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거야.
라는 이야기에 잘 현혹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냉정하게 지금의 상황을 적시하고,
지금 이 상황은 쉽사리 나아지거나 해결될 것 같지 않기에
그에 대해서 정확하게 얘기한다.
우리때는 납득이 되지 않더라도.
저 사람이 저렇게 하는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지금 나의 삽질이
정말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실제로 정말 도움이 되긴 했다.)
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나이브함이 있었고.
실제로 그 나이브함은 나를 성장시켜주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도 잘 몰랐고.
그 일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태도가 더 중요했다.
그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를 보고 사람들은 나를 판단하고.
내가 어떤 일이든 너무 까칠하지 않게 이것저것 하는 모습에
A는 일을 맡기기 좋은 친구야. 어떻게든 해내잖아.
이런 식의 인정을 받으면, 더 좋은 기회가 알아서 찾아왔다.
태도라는 것은,
아무도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하지만,
모두가 중요하게 보는 영역이다.
그리고 기성세대인 우리가 보고 배웠던 태도와,
지금 친구들이 보이는 태도는 꽤 다르다.
그 괴리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
모두가 헤메이고 있다.
경험적으로 자연스럽게 쌓여온 성공의 태도들이,
젊은 세대들을 통해 부정당하거나, 거부당하면서.
혹시 내가 틀린건 아닐까? 라는 의심은 시작되어버렸고.
그렇다고 저들이 원하는대로만 했다간
회사가 망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좋은 회사일수록 이 고민의 깊이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