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재 Jun 04. 2023

대부분 이야기하지 않고 떠난다.

결정하기 전에 이야기하자. 


대부분 이야기하지 않고 떠난다. 

이야기해도 소용 없을거라는 생각.

이미 식어버린 마음과 상처. 

조직은 쉽게 변하지 않을거라는 반복된 경험.

그런 것들이 하여금 이야기하지 않고 떠나게 만들겠지. 


십 몇년전인가. 

보스였던 C형은 그런 얘기를 해 주었다. 

은재야. 

이제 너한테도 이런저런 회사에서 오퍼가 올텐데. 

형이랑 약속 하나만 하자.

꼭 결정하기 전에 미리 얘기해줘야해.

이미 다 결정하고 나서 통보하는게 

제일 나쁜거야.


적어도 그곳에서 얼마를 받을지, 

어떤 직책으로 갈지를 정리한 후에,

최종적으로 사인하기 전에,

나한테 얘기해줘야해.


그럼 나도 회사에 이야기를 해서. 

그만큼 너의 연봉을 올려줄 수 있는지.

또는 직책을 조정해 줄 수 있는지. 

그런걸 다 해보고.

안되면 쿨하게 헤어지는거고.

회사도 너를 붙잡아야 한다고 판단하면,

니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거야.


실제로 그런 기회 덕분에,

나는 조금 빠르게 몇 단계를 껑충 뛸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보스를 만나는 것 또한

인생에서 몇 번 만나기 힘든

좋은 기회였다는 것을 아주 나중에 깨달았다. 


그런 연유로, 

나는 이직을 할때.

보스와 긴 이야기를 했다. 


그게 좋은 의미의 이직이든. 

도망치듯 떠나는 이직이든. 

왜 떠나고 싶은지.

어떤 오퍼와 제안을 받았는지. 

아니면 그런 미래 계획 따위 없이 왜 놀려고 하는지. 

회사는 나를 잡을 마음이 있는지. 

잡을 마음이 없는지. 

결정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러한 연유로 떠나고 싶은데, 

또는 헤어지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렵지만 차분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정말 꼭 필요한 이야기만 하는게 좋은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