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별 Aug 01. 2023

좋은 관계는 나알기에서 시작된다

나를 아는 것이 곧 남을 아는 것이다

 타인에 대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기로 했다. 저 사람은 이래서 저렇게 행동하는 걸 거라고, 생각하는 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으니까. 물론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추론을 할 수도 있고, 추측을 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내 생각에 불과하다'는 전제를 깔고 생각해야 착각의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타인의 행동의 원인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나름의 추론 과정을 거치는 건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인류애에 기반한 나의 지식 탐구 욕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생각한 게 틀릴 수도 있으니까 상대방에게 물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때로는 상대방의 말보다 행동이 더 많은 걸 말해주기도 하지만 과한 의미부여는 관계 불통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내가 본 것, 느낀 것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할 수 있는 건 오직 내가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 표현하는 일들 뿐인데, 사실 내가 느끼는 게 정확한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왜냐하면 뇌가 순간적으로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뇌는 현재 상황에 집중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일에도 그게 맞다고 큰 목소리로 주장하기도 한다. 뇌과학 도서를 읽으며 뇌는 이야기꾼이라 소설을 잘 지어낸다는 말에, '나도 믿을 건 못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어떤 일에 확신을 갖고 강력한 주장을 하는 일을 피하기로 했다. 내가 확신을 갖고 강력하게 '이 모습은 나의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내가 특정 행동을 반복할 때, 그걸 내가 알아차렸을 때다. 


  13년 동안 꾸준히 심리학 책과 뇌과학 책을 읽으면서 갖게 된 생각은 나의 (감정을) 지나치게 믿지 말고, 나의 (감정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은 뇌가 나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인데 해석을 정확하게 잘해야 한다. 감정 변화는 호르몬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날씨나 온도, 습도, 냄새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또, 과거 트라우마와 유사한 상황이라서 자동 반사적으로 방어 기제가 작동해 과도한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나의 감정을 잘 해석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판단을 내려야, 나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 주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연습이 잘 되면, 타인에게 상처받는 일도 줄어든다. 내가 내 감정을 해석할 줄 알게 되니, 타인의 말과 행동에서 의도와 숨은 의미를 파악하게 되어 상처받는 일이 다소 줄어들게 되고 상대방을 이해하게 된다. 여기서 이해한다는 뜻은 상대방의 행동의 인과관계를 머리로 납득한다는 의미지 상대방의 행동을 전부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어떨 때 상대방과 거리를 두어야 하고 어떤 말을 조심해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때로는 내 몸이 피곤하기 때문에, 나의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럴 때 과거나 미래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경우, 어려운 과제를 해내야 할 때 혹은 처음 하는 일을 할 때 이런 생각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이런 생각들이 갑자기 찾아오면 지금 해야 할 일을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상태구나, 지금 할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그러면 일단 해결 방법을 검색하는 일부터 시작해 볼까?라고 나를 달래서 일을 시작한다. 그게 통하지 않을 때는 산책을 하거나 물을 마시거나 글을 쓴다. 글을 쓰면 나의 감정이 보이기 때문이다. 


 일이 원하는 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상황 탓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정말 그 사람 때문인지 나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종종 휴식이 필요할 때도 저런 마음이 생겨난다. 체력을 길러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정말 상대방 때문에 괴로운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거리 두기만이 답이어서 장기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자극을 지나치게 많이 받아서 잠시 휴식을 원하는 상황이라 짜증이 솟구치는 바람에 일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화가 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사무실에서 조용히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일에 집중이 잘 안 되어서 주변 소음에 대해서 탓하는 상황 말이다. 그럴 때는 시끄럽게 이야기를 계속하는 상대방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겠지만, 내가 소음을 차단하는 도구를 갖고 있는 방법도 있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귀마개 등) 아니면 조용한 곳으로 내 몸을 잠시 옮기거나 혹은 메모를 하면서 내용을 읽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이만큼 알고 배려해주려고 하는데, 너는 나에 대해서 왜 몰라서 이렇게 밖에 못해주냐고 상대방을 무조건 비난하는 건 관계에서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그전에 내가 어떤 일이 필요하다고 상대방에게 요청을 했는지를 한 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한다.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 있고 둔감한 사람이 있어서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아무리 감각이 예민해도 본인 일이 바쁘면 상대방의 사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관계에서 실수라는 걸 하게 되고, 나 또한 그럴 수 있기 때문에 용서하기도 하고 용서를 구하기도 하게 된다. 


 또 나는 이만큼 배려해 준다고 말하고 있을 때 상대방이 그동안 나에게는 배려를 해주지 않았다는 전제를 깔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 될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상대방 또한 나의 눈치를 보며 나에게 본인의 기준으로 배려를 하고 있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부로 단정 지어 말하는 건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사람 일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아무도 진짜 속사정은 모르는 거거든. 다들 거죽만 보고 대충 지껄이는 거지.


  

 사람의 속사정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지 말자.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나도 잘 몰라서 계속 실수하는데, 상대방에게 넌 나를 모른다고 넌 왜 그것도 모르냐고 말하는 일이 얼마나 오만한 행동인가도 생각해볼 일이다. 네가 모르는 나에 대해서 내가 먼저, 설명을 해주고 상대방이 그를 받아들여주고 이해해주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나를 아낀다는 의미이므로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누가 그러라고 말한 게 아닌데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