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러너스 하이"라는 게 진짜 있어?'
달리기에 대한 낭만적 동경을 하게 만드는 러너스 하이, 검색해 보니 이렇다.
30분 이상 달리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경쾌한 느낌이 드는데 이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혹은 ‘러닝 하이’(running high)라고 한다. 이때에는 오래 달려도 전혀 지치지 않을 것 같고, 계속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짧게는 4분, 길면 30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이때의 의식 상태는 헤로인이나 모르핀 혹은 마리화나를 투약했을 때 나타나는 것과 유사하고, 때로 오르가슴에 비교된다. 주로 달리기를 예로 들지만 수영, 사이클, 야구, 럭비, 축구, 스키 등 장시간 지속되는 운동이라면 어떤 운동에서든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러너스 하이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흠… 봐도 모르겠다.
그동안 30분 이상 달리기는 꽤 해왔다.
‘오래 달려도 전혀 지치지 않을 것 같고,
계속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라…
모르겠다.
헤로인, 모르핀은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러닝 할 때 기분을 느끼자고 중독자들이 그렇게 마약에 빠져들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잘 모르겠으니 남들한테 물어보자.
남편과 달리다가 물어봤다.
"러너스 하이 느껴본 적 있어?"
"러너스 다이는 느껴봄 ㅋㅋㅋ"
남편은 풀마라톤도 뛰어봤고, 나보고 훨씬 달리기를 많이 하니까 혹시나 했는데, 아니란다.
여전히 모르겠다. 과연 러너스 하이란 무엇인가?
나의 달리기를 복기해 보도록 하자.
달리기에서 가장 힘든 구간은 집에서 밖으로 나가는 구간이다.
달리지 않을 이유가 달릴 이유보다 많다.
날씨, 컨디션, 피로, 그냥..
그래도 꾸역꾸역 옷을 갈아입고 현관문을 열면,
가장 힘든 구간을 통과한 것이다.
두 번째로 힘든 구간은 첫 1킬로 구간이다.
막상 나와 보니 날이 너무 춥다. 바람이 생각보다 많이 분다. 길에 사람도 너무 많다.
발목이 아픈 거 같고, 무릎도 좀 안 좋은 것 같다.
원래 목표는 10킬로였지만 오늘은 5킬로만 뛸까..
아 근데 오늘은 3킬로만 뛰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목표를 타협하기 시작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달려가다 보면 왼손에 찬 워치에서 띠링하고 1킬로 알림이 뜬다.
그사이 몸도 더워졌고, 속도를 좀 타기 시작한 상태다.
아까까지 신경 쓰이던 발목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저기까지만 가보자 마음을 고쳐먹는다.
이렇게 두 번째 구간이 지난다.
그렇게 더 달리다 보면
힘들다 죽겠다 내가 왜 나왔지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좀 가라앉는 순간이 온다.
아마도 이런 것이 러너스 하이.. 비슷한 것이려나?
마이너스로 내려가던 상태를 0까지 올렸으니 말이다.
그 고비를 넘기면 이대로 쭉 가야지, 하는 평점심이 찾아온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이 기분을 쭈욱 즐기고 싶어” 같은 건 아니고,
어서 뛰고 집에 돌아가자, 같은 마음이다.
반환점을 돌고, 아까 지나간 길을 또 지난다.
목표한 10킬로미터를 알리는 워치 알림이 온다.
솔직히 이때가 제일 기분이 좋다.
달리기가 끝났을 때가 제~~~~~일 좋다.
나에게 러너스 하이는
달리기가 끝나야 찾아오는 만족감, 뿌듯함인 것 같다.
오늘도 약속한 달리기를 해냈다는 것.
이 기분을 위해 또 달리러 나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