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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츤츤 Sep 04. 2022

하늘이 도운 태안 당일치기 여행

내가 날씨 요정이라 그런가봉가

폭우에 전국이 난리가 났던 8월이었다.

(이렇게 비가 올 줄 누가 알았겠냐고요.)


이때가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실제로 일정도 그때밖에 안 나왔다.)

여자 친구, 친구와 함께 급하게 14일 당일치기 일정을 확정했다.

그리고 "이번 여름엔 꼭 바다로 놀러 가자"라고 했던 약속을 기억하고 급하게 전국의 바다를 서칭 하기 시작했다.


"강원도?" "사람이 많을 거야. 당일치기로는 너무 힘들어."

"인천?" "거긴 해수욕을 못하잖아."

"연휴니까 길이 많이 막힐 거야." "기차를 최대한 많이 타고 가자."

"서울과 전남의 중간이면 충청도?" "서해로 가볼까?"


그렇게 충청남도, 서해안으로 행선지가 좁혀졌고 나름 충청남도 천안 태생으로 이곳저곳 바다를 추천하다가 태안 파도리 해수욕장으로 가자고 급하게 의견이 좁혀졌다.


태안과 가장 가까운 기차역을 찾아보니 장항선 홍성역이었다.

마침 쏘카존도 있었고 차도 남아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홍성역에서 쏘카를 빌려서 당일치기 서해안 로드트립을 하기로 결정!


근교의 가볼 만한 곳이 어디가 있나 찾아보니

한국에서 사막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가 있어서 (오?)

기회가 되면 가보자고 정해놓았다.


여행 일자가 다가오면 올수록 걱정도 함께했는데 평화롭던 전라남도와는 달리 서울과 충청도에 급작스러운 폭우와 침수, 재해가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모두 걱정이 많았는데 운이 좋게도 14일에는 충청도, 특히 태안에는 비 예보가 잦아들고 있었다. 바로 전날까지도 걱정에 걱정을 거듭하며 안전히 여행하자는 다짐을 하고, 드디어 여행 당일이 되었다.




오늘의 쏘카는 든든한 SUV


폭우는 충청도를 할퀴고 지나갔고 덕분에 장항선 기차는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홍성에는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강물이 많이 불었다고 생각했는데 충청도 비 피해가 정말 많았다고...)


정말 다행히도 비가 오다 그치다를 반복하다 홍성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쏘카를 빌려서 드디어 태안으로 출발!


(친구는 태안여행 플리도 만들어왔다. 넘나 스윗ㅠㅜ)


점점 태안으로 가면 갈수록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맑아지고 있었다. 이 무슨...)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태안 파도리 해수욕장에 도착!

심지어 차도 사람도 많이 없었다. 날씨 때문인지 서해라서 사람들이 안 몰려서인지 모르겠다.


파도리는 황해로 불리는 서해바다와는 달리 바닷물도 맑고 백사장도 있고 자갈 해안도 있고

기암괴석으로 된 작은 해식동굴도 있는 귀엽고 작은 크기의 해수욕장이었다.

정말 작고 귀여운 그런 곳이었다.



배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인생버거 라는 햄버거집을 찾았지만 이미 재료 소진으로 마감을 했다고 하셨다.

(이제 오후 1시인데요...? 얼마나 맛있는 거야. 나중에 꼭 가볼 테다.)


먹을 데가 마땅치 않아서 차를 대고 마을 쪽으로 걸어 나왔더니 식당 하나가 있었다. "소담해물칼국수"


칼국수는 안 파시고 점심 뷔페를 하시길래 '오히려 좋아' 하고 먹었는데 웬걸 너무 맛있는 거다. 반찬, 국 다 뭐 특별한 메뉴는 없었지만 그냥 다 맛있었다. 왜 그 시골 할머니 댁 가면 그냥 다 맛있는 시골밥상 딱 그 느낌. 맛있게 먹고 웃고 떠들고 있다 보니 사장님이 옆에서 맛있는 수박도 잘라주셨다. (감사합니다!)



다시 바다로 가서 튜브 빌리고 신나게 해수욕을 즐겼다. 비도 많이 왔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그런지 파도가 타는 맛이 있었다. 캐리비안 베이 저리 가라 급으로 이름 값하는 파도리였다. 우리가 간 날 만큼은 파도 맛집 파도리. 무슨 일이야 도대체.


입추가 지나서인지 비가 와서 그런지, 날이 흐려서인지 시원하게 살도 많이 안 타고 덥지도 않고 물도 적당히 시원하다 못해 조금은 추울 지경이었지만 물놀이하기엔 최고였다. 그렇게 즐겁게 파도 타고 별일 아닌 시답지도 않은 장난치고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놀다가 근처 횟집 유료 샤워장에서 따뜻하게 샤워하고 신두리로 사구 보러 출발했다. (올여름 바다에서 해수욕하자고 했던 소원풀이 정말 제대로 했다.)


신두리 사구는 파도리에서 차로 30분 정도였다.

물놀이도 했겠다 사구 근처 카페에서 적당히 음료와 간식으로 당을 충전하고 사구로 걸어갔다.

사구에 도착하니 웬 초원지대가 나와서 신기했는데 그것도 뭐 그것 나름 예뻤다.

마치 영화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 오딘이 하늘로 승천하던 그런 바다 앞 초원지대 같은 느낌이었는데 우리나라에, 그것도 충청남도 서해안에 이런 이국적인 풍경이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제주도도 아닌데 말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 한적한 느낌, 이 풍경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니. 말도 안 되게 좋았다.



그리고 한 바퀴 돌아보다 보니 정말 사막 뷰를 찍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신기방기.

아마도 이 거대한 초원 전체가 사구인 것 같은데 여름이라 풀이 자라나서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겨울에 오면 정말 사막 같지 않을까 싶다.



어느덧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영화 <헤어질 결심>의 촬영 장소 학암포 해수욕장을 가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거리도 얼마 되지 않아서 학암포로 가서 풍경 한번 봐주고 기념사진 좀 찍어주고 그 앞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태안의 바다는 참 아름다웠다. 날씨 운이 억세게 좋았던 것도 있고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였기도 했지만 정말 다시 가고 싶은 바다 여행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삼겹살로 마무리!



밥도 맛있게 먹고 다시 홍성으로 돌아와서 여유롭게 기차를 기다렸다.

아침에 홍성에 30분 늦게 도착했듯 여전히 기차는 30분 늦게 연착이 되었다.

정말 비 피해가 심했나 보다. 안전하게 정말 좋은 날씨에 여행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꿈같은, 꿀 맛 같은 휴가 당일치기 태안 여행이었다.

나중에 또 놀러 와야겠다. 파도리~ (생각해 보니 이름이 참 귀엽단 말이지)





p.s. 함께 갔던 친구가 Vlog도 만들었다. 즐거웠던 우리의 순간들을 더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어서 좋다.

나중에 또 우리의 여름을 추억하며 영상을 돌려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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