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츤츤 Sep 04. 2022

농사는 가끔 내 안의 파괴본능을 자극한다

이 지긋지긋한 잡초들

오늘의 도구는 톱과 전정가위!

잡초 제거 작업이 계속되었다.

톱으로 긁어서 잡초를 뜯거나 베고, 잘 안 잘리는 풀들은 가위로 잘라 주었다.

나무를 올라타는 이 잡초! 잡초! 잡초!
잘 보이지 않게 위장도 하고 숨어들고 난리다. 가위로 찹찹찹 잘라내준다.






뿌리까지 뽑기 힘들다. 그래서 이렇게 커야 뽑기 쉽나 보다.




오늘도 나무를 올라타는 지독한 풀들과 칡덩굴을 잘라냈다. 그리고 하다 보니 뿌리를 뽑기도 했는데 정말 크기가 너무 컸다. 생명력 무엇



사실 뿌리가 잘 뽑히지 않는 식물이다. 그래서 줄기를 계속 따라가다 보면 찢어진 줄기를 발견하게 되거나. 땅에 제대로 박혀있는 거대한 뿌리를 보고는 외면하고 만다. 가끔 저렇게 모든 뿌리까지 제거하게 되면 앓던 이를 제거한 것과 같이 속이 후련한 마음이 든다.






오늘은 이 꼬마 자동차를 타고 내 안의 파괴본능을 일깨워볼 거예요.


며칠 후, 농기계 대여 사무소에서 작은 풀베기 기계를 빌려왔다.

마치 잔디 깎기 위에 운전대가 있는 느낌이었다ㅎㅎ 그만큼 크기도 작고 꽤 재밌는 기계였다.

배 수확기가 다가와서 수확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 밭의 잡초들을 잘라주었다.


내가 실습하는 동화농원은 초생 농법을 통해 과수원 농사를 짓는다. 초생 농법은 생태계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무보다 작은 풀들을 키워서 숲 생태계를 조성하고 배나무에 해로운 병이나 균, 미생물, 곤충 등이 작은 풀에서 살도록 하면서 천적들과 싸움을 하도록 하여 과일에 병충 피해를 줄이고 좀 더 건강한 방법으로 재배하는 방법이다.


꼬마 자동차를 몰다 보니 비가 온 지 며칠 안 지난 상태여서 밭의 흙이 가끔씩 미끈거렸다. 특히 경사지를 내려가거나 올라갈 때 차가 미끄러지거나 또랑에 빠져서 좀 곤혹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게 차도 가볍고 어려운 길은 피해 다니면서 작업을 진행하니 수월했다.


처음이다 보니 작업이 좀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 동안 밭의 풀을 모두 베어버릴 수 있었다.

농기계를 2-3일 정도 빌렸는데 첫째 날에는 석현동 밭의 평지 일부를 베었고, 둘째 날에는 금천면 밭과 송촌동 밭을 모두 베었다. 총 3500평 정도였는데 밭을 옮겨 다니며 점점 난이도가 어려워졌다. 마치 레벨 업 퀘스트 같은 느낌이랄까?ㅎㅎ (금천면은 작업 시간은 짧은데 땅이 넓었고, 송촌동은 경사지에 나뭇가지가 너무 낮고, 풀도 엄청 높아서 거의 정글 수준이었다.ㄷㄷ)


꼬마 자동차를 모는 일은 참 재밌었다. 밭에서 풀을 밟으며 이동할 때마다 너무 힘들었는데 이 자동차로 지나간 곳에 길이 만들어지니 기분이 좋았다. 점점 더 남김없이 풀을 베며 쾌감을 느끼고 있는 나를 보며 나는 과연 자연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어느 정도 통제되는 자연을 좋아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풀을 잘라내며 풀쩍풀쩍 뛰어가는 개구리들, 집 잃은 비버같이 멍 때리는 개구리들을 보며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나도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해서 열심히 개구리들이, 동물들이 잘 피하길 바라며 풀을 베었다.


생각보다 아주 짧은 시간에 풀을 다 베고 나니 역시 인간은 도구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걸 낫으로, 예초기로 일일이 베었다고 생각해 보면 어휴, 끔찍하다.

농사는 도구 빨이다. 농사 게임도 도구   현실 반영이     같다.


잡초가 잘려나가서 깨끗하게 정리된 밭



작가의 이전글 하늘이 도운 태안 당일치기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