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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츤츤 Sep 14. 2022

과일은 역시 바로 따먹어야 제 맛

다사다난 나주배 수확기

원협에서 제공하는 재배기술 안내문. 어떻게 수확해야 하는지 어떤 피해가 있을 수 있는지 등 정보를 알려준다.

드디어 수확의 계절이 되었다. 어떤 작물을 재배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장 농가에서 실습을 하게 되니 참 여러모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무에서 익혀서 맛이 든 과일을 바로 따서 판다"


내가 실습을 진행한 나주 동화농원은 배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최대한 나무에서 과일을 익히고 그 익힌 과일을 따 오면 바로 선별하고 포장해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경매장이나 직판장에 유통하지 않고 직접 고객들에게 판매를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성장촉진제인 지베렐린도 수확하는 모든 배에 바르는 것이 아니라 딱 추석 기간에 맞춰서 팔 양만 발라서 팔고 있었다. (다 안 바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추석 대목을 버릴 수는 없다.) 좀 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배를 재배하고 계셨다.


그러다 보니 다 익기 전에 한 번에 배를 다 따는 농가와 다르게 여러 번에 걸쳐서 배를 따고 또 바로 선별과 포장을 진행해 판매를 하고 계셨다. 배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여러 번에 걸쳐서 배를 따고, 선별과 포장 작업을 하다 보니 할 일이 꾸준히 있는 데다가, 다른 농가보다 늦게 배를 따다 보니 좋은 일꾼들을 구하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잘하는 일꾼들은 다 일찍 배를 따는 농가에 일을 하러 간다.) 그래서인지 특히 올해는 더욱 힘드셨다고 한다.


전동 카트에 컨테이너를 싣고 배를 따러 간다. 카트를 타고 배밭을 달리면 사파리에 온 것 같이 기분이 좋다.
배를 딸 때는 최대한 봉지가 부풀어서 터진, 터질 것 같은, 햇빛을 잘 받은 것들부터 딴다. 가지 위쪽으로 살짝 들어 올려주면 톡 하고 떨어진다.
이날은 76박스 정도 배를 땄다 ㄷㄷ

그렇게 무려 25년 동안 좋은 맛, 건강한 맛을 내는 자연스러운 배를 만드는 데 힘쓰신 결과 단골 고객도 많이 생기고 해마다 배를 완판 하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문량도 많고 택배 물량도 꽤 많았다. 매일같이 택배 물량을 처리하느라 정말 다 같이 밤늦도록 고생이 많았다.








선별기에서 배를 꺼내 봉지를 벗기고 꼭지를 잘라주고 과일의 크기별로 정리해둔다.
배의 배꼽 부분에 꽃잎(?) 같이 지저분한 것들을 면봉으로 깔끔하게 없애준다. 가끔 이렇게 무당벌레를 만나는데 배 꼭지 부분에 사는 해충을 잡아먹으려고 들어간 것 같다ㅎㅎ
새가 쪼아 먹은 배. 이런 배들이 정말 정말 맛있는데 부패가 심하지 않은 경우는 먹거나 배즙으로 만들기도 한다.

배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시기는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었던 게 신기했는데 품종에 따라 수확 시기도, 맛도 다 다르다는 게 신기했다. 나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 배 모양에 따라 구분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아 물론, 색깔 자체가 다른 배도 있다. 녹색 배는 "화산배"라고 하는데 맛이 깊어서 비싸고 이것만 찾는 사람들은 또 이것만 찾는다고. 먹어보니 정말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그런데 생산량이 너무 적어서 먹기가 어려운 것 같다. 아는 사람만 먹는 맛.











바로 따서 먹는 배가 얼마나 맛있게요. (과즙 뚝뚝)

새콤달콤 여름배 "원황"


8월 중순부터 수확을 했던 배는 "원황"이라는 여름배(조생종)였다. 원황배는 달콤 새콤 한 맛을 가졌고 과즙이 많아 여름 과일 같은 느낌이 드는데 여름 과일처럼 보관 기간도 짧아서 일주일 만에 먹어야 한다고 한다. 냉장고에 두고 차갑게 먹으면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올해는 특히 이 원황배를 찾는 사람이 많아서 계속 수확하고 포장하고 보내는 작업에 정신이 없었다. (꽤 많이 땄던 것 같은데 원황배는 완판을 기록했다고 한다ㄷㄷㄷ)



우리가 흔히 아는 배는 "신고배"


어느덧 가을이 다가왔고 신고배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신고배는 흔히 많이 먹는 추석 배인데 원래대로 수확하면 추석을 넘어서 수확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대목을 놓칠 수는 없으니 우리가 추석에 먹는 배는 어쩔 수 없이 생장촉진제를 발라서 빨리 키운 배라고 한다.


사실 내가 어릴 때 추석에 먹었던 신고배는 정말 맛이 없었다. 그래서 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었다. (심지어 혐오 과일 중에 하나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다 같은 신고배라도 같지 않았다. 나무에서 최대한 맛을 들도록 해서 딴 배는 당도가 높아서 너무 놀라울 정도로 맛있었다. 내가 먹던 배는 배가 아니었나라고 생각할 정도.


원래 신고배는 당도가 높고 신맛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데 그동안 먹었던 배는 달지 않고 푸석하기만 했는데... 그동안 얼마나 맛없는 배를 먹었던 걸까 싶다.



"25년"의 노하우와 신뢰


동화농원이 만들어진지 벌써 2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장재훈, 임영희 농부님은 25년 동안 맛있는 배를 만들기 위해 여러 방법도 시도해 보고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에서 나름 맛있는 배라고 소문이 나있다고 한다. 단골도 그만큼 많고 해마다 완판을 계속한다고 한다. 올해는 맛이 좀 서운하다고 솔직하게 고객들에게 설명하시지만 사실 그 배도 고객이 먹어보면 맛있는 수준이다. 그만큼 맛있는 배에 대한 기준이 높다. 흔히들 전라도 사람들이 먹부심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도?! (그래서인지 몰라도 여자 친구도 아주 먹는 것에 있어서는 깐깐하다ㅠㅜ)


박스도 직접 접는다. 이제는 아주 달인이 되었다. 착착착 접어접어접어. 바쁘게 돌아가는 선별, 포장대. 판매장. 정말 정신없다.


장재훈 농부님은 배를 따오고 임영희 농부님은 판매와 포장 등을 하는 분업구조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나도 배가 모자라다 싶으면 배를 따러 가고, 선별과 포장 작업이 필요하다고 하면 선별과 포장 작업을 하고 왔다 갔다 작업을 했다. 정말 여러 가지 작업을 하면서 거의 모든 과정을 다 경험할 수 있었다. 정말 바빴다. 바빴다는 단어 하나로 표현하기 아쉬울 정도. 택배 물량을 처리하는 게 아주 골치가 아팠는데 매일매일 주문량을 택배로 내보내야 하기도 했고, 택배 물량이 추석에 몰리다 보니 택배회사에서 안 가져가거나 다음날에 가져가는 등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있기도 했다. 더군다나 올해에는 추석 전에 태풍까지 왔다. 해마다 택배 주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보니 일이 복잡하고 많아지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농부님들은 그 나름대로 열심이셨지만 전산화나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워하셨다. 그래서 누군가 한 명이 이를 담당해서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습중인데요. 태풍까지 온다고요?


목포에서 한 걸음에 달려와준 과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한창 실습을 하고 있었는데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올라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강한 비바람에 과일이 많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서 수확을 더 해 놔야 했다. 급하게 일꾼을 섭외했는데 정말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급한 대로 목포에 사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추석을 앞두고 있기도 했고 평일이라 다들 시간이 안되었는데 정말 다행히도 목포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과장님이 한 걸음에 달려와주셨다. 급한 부탁이었는데도 한 걸음에 달려와주시고 마침 트럭을 갖고 계셔서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었다. 정말 감사했다. (전기트럭 오오오 최첨단이야. 후방카메라까지 달렸다니ㄷㄷㄷ)


작업을 마친 영광의 불은 손

태풍이 닥친 날, 배 밭 측면에 이물질이 날아들어오지 못하게 할 겸 그물망을 치는 작업을 했는데 점점 비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일회용 비옷을 입고 작업을 했는데 장갑도 젖고 장화도 젖어버렸다. 정말 홀딱 젖었다.


다음날, 태풍에 떨어진 배들이 꽤 많았다. 다행히 태풍이 비껴가는 바람에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가 많지 않아서 이 정도였다. (예전에 매미가 왔을 때에는 정말 배가 다 떨어졌었다고ㅠㅜ)








그래서 농작물 재해 보험에 신고를 해서 조사원들이 조사를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보상이 어렵다고 했다. 알아보니 제도적으로도 아쉬움이 많다고 하더라. 농부들의 본인 부담비율도 있고 실질적인 보상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이래저래 농민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나 법률적인 보완은 상당히 더디고 늦는 것 같다. (휴ㅠㅜ)


어쨌든 마지막까지 선별과 포장, 배 따기를 계속 반복적으로 작업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정말 전쟁 같은 실습 기간의 마지막이었다. 배 박스 포장의 달인이 된 것 같다. 처음에는 눈칫밥을 먹었는데 나중에는 일을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다.


이제 현장실습이 끝나고 일주일의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이 휴가가 끝나면 다시 안성으로 돌아가서 교육을 받게 된다. 빨리 우리 조 사람들, 동기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ㅎㅎ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p.s. 동화농원의 배 판매는 계속되고 있다. 진심으로 기르는 맛있는 배를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찾아주길! 물론 나도 해마다 사 먹을 예정이다ㅎㅎ

좀 이따가 나올 추황배도 참 맛있다고 한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를 클릭클릭

https://www.ffd.co.kr/sesonal-sep/?idx=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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