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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츤츤 Sep 25. 2022

다시 돌아온 고민

귀농 절망 편, 희망 편

비즈니스 플랜 1, 2주 차 시간표

무사히 현장 농가 실습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8주간의 비즈니스 플랜 교육과정이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본격적으로 어떻게 귀농을 할 것인지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드론 혹은 농기계 학원에 가서 교육을 받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그리고 실습장에서 농업 실습 교육도 받는다.


농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에 더해 일주일 동안 수업을 듣다 보니 정말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과연 귀농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처럼 이번 주 마지막 특강을 듣고 나니 약간은 희망이 생기기도 했다. 마치 한없이 하락하다가 마지막에 살짝 반등의 불씨만 남기고 마감이 되어버린 주식시장과 같은 마음이랄까.





절망 편

현실적으로 고민해 봤을 때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농부가 되려면 땅이 있어야 하고 집도 있어야 하고 차도 있어야 한다. 아무리 지역의 땅값과 집값이 저렴하다고 하지만 그건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땅값은 투기꾼과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이 모조리 올려놓았다. 거기에 코로나19,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서 모든 물가가 다 올랐다. 비닐하우스나 스마트 팜은 원래도 비싸서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더욱더 심해졌다. 청년층의 농촌 이탈,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일할 사람도 부족하다 보니 인건비가 부쩍 올라버린 것도 부담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농민들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방법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농산물을 많이 만들어서 팔아도 돈이 안 남는 현실인데 애초에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 시장에 뛰어드는 것부터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져 버린 것이다.


후회가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대기업에 들어가 자본이라도 축적할 걸 그랬나 싶다. 하지만 나는 아마 우울증에 걸리거나 화병에 걸려 죽었을 것이다. 아니면 평생 후회하며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현실은 정말 좌절감을 불러일으킨다. 청년 농업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물론 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최대 대출을 3억까지 할 수 있지만 그 돈으로는 땅도 못 산다. 설령 땅을 사서 농사를 짓는다 하더라도 상환능력을 갖출 수 있는가를 고민하면 앞이 깜깜해진다.


"돈과 기반이 없으면 머슴살이부터 하세요"

농지법 구입에 도움을 주고자 부동산 특강을 나온 강사분이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귀농을 한다면 "3년 정도 머슴살이하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돈도 벌고 마을에서 인맥도 쌓고 해서 마을 사람들과 신뢰를 쌓고 저렴한 땅을 임대받거나 구매하라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신뢰를 잘 쌓고 인망을 쌓으면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도 좋은 분들이 도움을 주실 테니 말이다. 안 그래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착잡한 마음에 비수를 꽂힌 느낌이다.



마치 현실의 어려움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실습장에서 자라고 있던 방울토마토 줄기들도 시들시들했다. 우리가 현장실습 전에 정식하고 갔던 녀석들이었는데 측지를 잘라야 하는데 원 줄기를 자르는 바람에 측지를 키운 것들도 있었고 생장점이 잘려서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줄기도 여럿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양액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토마토에 비료액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서 열매도 아주 작게 열려있었다. 휴.


현장 농가 실습을 다녀왔는데 생장점이 잘려있는 토마토가 꽤 많았다. 거기다 수확한 대부분은 팔 수 없는 것들이었다ㅠ





희망 편

동기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현장실습에서 실망했던 부분이 참 많았다. 농법에 대해 물어보면 안 알려주는 농부도 있었고 교육생들에게 제대로 대우를 해주지 않고 노동을 요구한 분도 있었다. 인간적인 대우를 한다기보다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지위를 이용한 분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 농가나 부모님의 농가에 간 사람이 승자라는 웃픈 이야기도 나왔다. 물론 그 사람들도 고생은 고생대로 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농가를 관리하는 데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다시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함께 회식도 하고 밀린 이야기도 나누고 과제도 하며 폭풍같이 첫 주의 시간이 흘러갔다. 드디어 기다렸던 마지막 강의가 시작되었다. 안해성 대표는 유튜브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던 분이었다. 귀농 정보나 자신이 경험한 노하우를 많이 알려줘서 귀농에 대해 알아볼 때에 많은 도움을 얻었었다. 청년농부사관학교도 이 분 유튜브를 통해서 정보를 알게 되어서 지원했었다. 그래서인지 더 신기하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다.


"귀농은 농업 분야 창업으로 생각해야 해요."


특강을 들으며 '맞아. 내가 귀농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게 농사를 창업으로 접근한 부분이 부분이 공감되서였지.'라고 생각했다. 해성 씨는 귀농을 단순히 농업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 분야로의 창업으로 보는 사람이었다.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데 농부와 사장은 엄연히 다르다. 작물을 잘 키우고 잘 팔기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한 대로 로드맵을 갖고 사업체 경영을 잘하겠다는 마음가짐. 바로 이게 안해성 대표가 빠른 시간 안에 매출도 올리고 영농 조합까지 만들게 되고 이렇게 전국 각지로 강연을 다니게 된 비결이 아닐까 싶었다. 그는 계속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물론, 이 분이 잘할 수 있는 배경도 있었다. IMF 때 아버님이 어떤 분에게 빌려줬던 돈을 비닐하우스 열 개 동으로 돌려받는 바람에 어쩌다 귀농을 하게 되었고 약 20년 동안 농촌마을의 각종 서류 정리 및 처리를 도와주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농촌 사람들, 공무원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쌓았고 또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개인적인 노력도 있었다. 창업도 해보고 자동차 딜러, 폰팔이 등 안 해본 일이 없고 바쁘게 살았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대기업도 다녀보았다고 하니 정말 일머리가 있고 체력도 정신력도 좋아 보였다. 그러다가 자신의 일을 주인의식을 갖고 하고 싶어서 귀농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농업 분야에 지원되는 예산이나 자금은 창업 분야에 지원되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는 창업이라는 키워드로 농업을 바라보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교육 분야 그리고 자신이 혁신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었다. 그렇게 각종 창업 지원금, 바우처, 경진대회를 통한 투자금 등을 따내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모아놨던 자산도 도움이 되었지만 말이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했던 방식을 절대로 다 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은 따라 해보고 싶다. 특히나 자산이 부족한 현재로선 더더욱 말이다. "농업은 창업의 끝판왕"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어렵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질리지 않는, 잘할 수 있는, 잘하고 싶은 키워드를 모아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해 봐야겠다. 하나하나 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참 많이 왔다고 느낄 때가 있지 않을까.


어떤 일이든 안 될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귀결될 뿐이다. 일이 되게 할 생각을 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기도 바쁘니 고민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해보자. 어떻게든 해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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