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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츤츤 Oct 23. 2022

안성에서의 마지막 교육

시원 섭섭 아쉬운 마지막

짹 짹 짹

참새가 시끄럽게 울어대서 잠이 깼다.

아침에 환풍구 쪽에서 계속 새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환풍구로 새어나가는 따뜻한 바람을 맞으려고 새가 날아든 거였다. 환풍기를 틀지도 않았는데 공기가 잘 새어 나가나 보다. 너무 시끄러워서 환풍기를 틀었더니 조용해졌다. 수업 시간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니 다른 사람들의 방에도 참새가 날아들어서 모닝콜을 해줬었다고 했다ㅋㅋ


나는 또 예전에 풀어준 박새가 날아왔는 줄 알았는데 그냥 날이 추워서 날아든 참새였다.


추운 바람이 부는 걸 보니 겨울이 코끝에 다가왔다는 게 실감 난다. 뜨거운 여름에 교육이 시작되었었는데 벌써 끝나갈 때가 되어간다. 이번 주는 안성에서의 교육 마지막 주였다. 다음 주부터는 이천에서 드론 1종 자격증 교육을 받게 된다. 동기들과는 뿔뿔이 다 흩어지고 같은 학원을 다니는 동기 12명만 함께 하게 된다. 2주 후 졸업식이 되어서야 다들 만날 수 있게 되는데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번 주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지난주에 예고했던 대로 드론 1종 자격증을 준비할 수 있게 된 썰을 먼저 풀어보려 한다.




치열했던 드론 1종 쟁탈기

미래는 언제나 불안하지만 좋은 일이 생겼다.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 8기 교육생들 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드론 1종 자격증 교육을 받는 기회를 쟁취하게 되었다! (이제 교육 잘 받고 시험 잘 치는 일만 남았다. 미래의 나야, 파이팅.)


드론 교육을 받기 위해 사유서 작성에 간단한 쪽지시험까지 치렀다. 자세한 기준은 모르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교육생들의 순위가 결정되었고 그 순위에 따라 교육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종합 2등이었고 (왜인지 잘 모르겠...) 편안하게 드론 1종을 선택할 수 있었다.


원래 청년농부사관학교 교육이 시작했을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드론 교육을 받고 싶어 했다. 나는 그때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는데 주변에서 다 드론을 하라고, 농기계는 나중에 따도 되고 또 쉽다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 사업 교육이 다 있다고 했다. 그리고 드론 자격증이 있으면 나중에 드론 방제 아르바이트를 해도 된다고 해서 드론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이 풀릴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우리 조 사람들이 전부 열심히 해서 그런지 몰라도 농기계를 배우러 간 1명을 제외하고는 다 같이 드론 1종을 같은 학원에서 배우게 되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다.


1종이라 그런지 교육도 3주나 된다. 국가 공인 시험장이라 어려운 필기시험(합격률이 50%라나ㄷㄷ)이 면제된다. (다른 학원은 2주 교육에 필기시험을 따로 쳐야 한다.) 실기시험도 12월에 있다고 한다. 졸업식을 마치고 학원에서 1주 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숙소가 문제인데 함께 교육받는 사람들과 어떻게든 하게 될 거 같다.


학교 측에서는 12-3명 정도만 드론 교육을 시킬 생각이었는데 좀 더 힘써주셔서 총 20명이 드론 교육을 받게 되었다. 기회를 준 농협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 정말 열심히 해서 자격증 잘 딸 일만 남았다.




마지막 실습

실습의 마지막은 철거와 청소였다. 주 초에는 수확할 수 있는 작물들은 최대한 수확을 하고 마지막에는 비닐하우스와 노지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청소했다.


그동안 열심히 길러왔던 방울토마토는 적심(생장점을 자르는 것)을 해서 더 이상 크지 못하게 했다. 적심을 하게 되면 성장판을 닫아버리는 것과 같은데 이렇게 되면 위로 크려고 하던 영양분을 작물로 주기 때문에 최종 수확하는 작물의 품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마지막 힘을 다해 키운 열매를 수확하고 우리는 아쉽지만 고마웠던 방울토마토 줄기들을 모두 철거/정리했다. 뭔가 시원 섭섭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덕분에 여러 가지를 배웠다.



상추도 한 번 수확해 주고 조금 더 길러서 포기째로 수확한 후 실습을 마무리했다.

정말 잘 자라고 맛도 있고, 값도 비싸게 받아서 팔았던 상추. 내 블로그 조회 수도 톡톡히 올려준 고마운 상추. 안녕.

나중에 텃밭에서 잘 키워줄게.



하우스 뒤에 있던 코코 슬라브(배지) 폐기물들도 폐기물 처리통에 다 옮겨주었다.


노지에서 재배했던 청홍고추도 전부 수확한 후 식물을 뿌리째 뽑아서 한쪽에 모아서 버리고, 둔덕에 덮어두었던 멀칭비닐(작물 근처에 잡초가 나지 않도록 하는 비닐)도 제거해 주었다.



모든 철거와 정리를 마치고 마지막 실습이 끝났다.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언제나 끝은 참 아쉬운 것 같다. 그리울 것 같다.




강의

이번 주에는 노무사 님이 오셔서 농업 노무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참 중요한 내용이었는데 농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별도 적용되는 것들이 꽤 많았다. 예전에 취업했을 때 노동법에 대해 정말 하나도 몰라서 당황스러웠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수업으로 듣게 되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왜 인생에 가장 필요한 것들은 기본 교과가 아닐까라는 궁금증이 든다. 노동법과 부동산법, 세법 이런 거는 기본적으로 배울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자칭 대한민국 최고 소농 디자인 전문가라는 분도 오셔서(그 정도로 이 분야에 전문가가 없다고 한다.) 브랜딩, 디자인에 대해 강의를 해주셨다. 소농만 전문적으로 디자인을 하시는 분이셨다. 정말 많은 것을 준비해 오시고 적절한 사례도 많이 가져와주셔서 감사했다. 수업 내용이 정말 방대했는데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일단 시작해 보고 수정하는 것이었다. 정말 작은 것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사업계획서 특강은 지난번보다 좀 더 디테일하게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것을 토대로 상호 피드백을 진행했다. 이번에도 4명 소그룹으로 나뉘어서 발표와 피드백을 진행했다. 나는 아직 정리가 더 필요해서 간략하게 설명한 후 다른 사람들의 발표에 집중했다. 이미 많이 정리하여 문서로 정리해 놓거나 PPT를 만들어 가는 동기들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어서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창업 동기, 재배작물, 지향점 등 모든 것이 다 달라서 서로 얻을 것이 참 많았다. 월요일까지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학교 측에 제출해야 하는데 최대한 정리해 봐야겠다. 일단 해보고 나중에 청년 창업농 지원 사업에 지원할 때에는 더 가다듬어야겠지만 말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회식

그리고 주중에 하루, 교육시간이 끝나고 우리 조는 조홍석 실습 교수님에게 선물도 드리고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이화진 교수님께도 여쭤봤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서 함께 하지 못했다. 참 아쉬웠지만 마지막 실습시간에 따로 감사의 선물을 전달드렸다.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것이 너무 감사해서 교수님이 좋아하신다는 보드카를 어렵게 수소문해서 선물로 드렸다. 러시아가 전쟁 중이다 보니 더욱 구하기 어려웠는데 조원중 한 명은 안산에 있는 러시아 타운에 가서 러시아 형님들에게 수소문해서 술 가게 몇 곳을 들러서 선물을 사 오기도 했다ㅎㅎ 그런데 한국인이 사면 비싸고 러시아 사람이 사면 저렴하게 판다고 한다. 다행히 같이 알아봐 준 친절한 러시아 형님이 대리 구매해주셨다고ㅋㅋ


교수님이 너무 좋아하시면서 선물 받은 술을 두 병이나 함께 드시고 집에 가셨다. 나는 술을 못해서 마시는 것을 구경만 했는데 알코올 도수가 4~50도 정도 되다 보니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빨리 취하고 빨리 술기운이 가시기도 하고 숙취가 없는 게 고량주의 특징인데 다들 먹다 보니 감각이 익숙해져서인지 소주처럼 마셨다고.


교수님은 보드카와 토마토 주스를 섞어서 따라 주시기도 했는데 이것도 별미. 보드카 소주 반잔, 토마토 주스 소주 한 잔을 층이 지게 섞어서 만드는 것이다. 한 번에 천천히 꼴깍꼴깍 마셔서 원샷을 해야 하는데 보드카로 시작해서 토마토 주스로 끝이 나기에 끝 맛이 달콤해서 맛있다고 한다. 이름은 이른바 꼴깍꼴깍 넘어간다고, 먹다 보면 꼴깍 넘어간다고 "꼴깍주" 였는데 좀 더 있어 보이는 이름으로 "꼬르까", "코르카" 이렇게 새롭게 러시아스럽게 이름을 붙여보기도 했다ㅋㅋ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덕담도 나누며 헤어졌다. 나중에 꼭 성공해서 감사의 선물도 드리고 밥도 한 끼 거하게 사드리기로 했다. 다들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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