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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비 Mar 04. 2021

일을 잘하기 위한 감각

일을 잘한다는 것: 자신만의 감각으로 일하며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

이번에 리뷰할 책은 [일을 잘한다는 것: 자신만의 감각으로 일하며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동안은 주로 제가 일하는 분야에 대한 책을 읽고 일반적인 자기 계발 서적은 잘 읽지 않았는데, 얼마 전 이 책을 추천을 받아 읽게 되었고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 기록을 남깁니다. 이 책은 "일하는 감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각이 왜 중요하고, 감각이 좋은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하는지,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합니다.


저자는 '기술'과 대치되는 개념으로 '감각'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일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skill)이 평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한 능력이라면, 격차를 만드는 것은 '감각'이라고 말합니다. 감각은 똑 부러지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양적인 기준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문제를 파악하는 영감이나 직관과 유사합니다. 기술과 감각은 모두 일을 위해 필요한 역량이지만, '감각'은 '기술'에 비해 인정받지 못해 왔는데 이렇게 된 배경에는 사회의 요구와 기술 자체가 가지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사회는 효용이 중시되어 효용을 주기만 하면 상품으로써의 가치가 충분했기 때문에, 기술의 중요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더 큰 효용을 줄 수 있는 기술에 몰두했죠. 또 기술은 정량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기 쉬웠습니다. 정량화가 가능하면 보고가 가능하여 기업에서는 인력 평가가 더 편해지고, 또 정량화가 가능하다는 특성은 경쟁적인 환경이 쉽게 조성하기 때문에 "더 나은 기술"도 금방 나타나다 보니 사람들은 너 나은 기술을 갖도록 부추김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기술만 갖추어서는 일의 핵심을 짚을 수가 없습니다. 감각이 있어야 일의 핵심을 짚을 수 있고, 그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기술만 중시하면 기계적인 분석에 매몰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은 마이너스에서 제로를 만들기 위한 역량, 감각을 제로에서 플러스로 격차를 만들어 내는 역량이기 때문에 감각을 키우는 능력입니다.


그럼 감각이 좋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일을 할까요? 중요한 것은 일의 순서를 설정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순서 사이의 관계를 스토리로 단단하게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내면의 자신만의 논리로 무장하여 일의 스토리를 만들면 일이 설득력을 갖게 되고 실행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순열적 사고입니다. 나열적 사고로는 일의 사이에 어떠한 관계도 갖지 못하지만, 순열적 사고는 일의 순서를 만들고 거기서 스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감각은 개인의 특성이고, 그렇기 때문에 타고나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책에서는 감각도 충분히 후천적으로 갖출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합니다. 감각은 특정 분야를 공부하면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노력과 성장의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고 시간이 흐른 뒤에 역량이 쌓인 것을 느낄 수 때문에 감각을 갖추려는 노력은 즉각적인 효과를 갖기는 어렵지만 노력을 통해 역량을 쌓을 수 있습니다. 감각을 갖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관찰하는 것입니다. 상황과 인물을 관찰하고 좋아하려고 노력하면 일하는 감각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일머리"라는 단어를 자주 쓰고 듣게 됩니다. 보통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일머리가 있다."라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일머리가 없다."라고 많이 쓰죠. "센스 있다"는 표현과도 유사하겠네요. 이 "일머리가 있다"는 칭찬은 일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칭찬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하고, 자주 쓰는 표현인데도 일머리가 무엇인지 물어보았을 때는 참 딱 떨어지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일을 잘한다는 표현으로는 그 느낌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는데, 일머리가 좋다는 것은 그냥 주어진 일을 기술적으로 잘 수행한다는 의미 외에, 그 일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을 잘 다루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일머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저는 책을 읽으면서 일하는 감각이 저희가 자주 쓰는 일머리는 표현과 유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모두 일하는 감각 곧 일머리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게 무엇인지 정의하거나 그 역량을 갖추려는 노력은 시도하지 않았던 셈이네요. 일하는 감각을 개인의 특성으로 치부해버리면, 노력의 여지는 없게 됩니다. 일하는 감각도 하나의 역량이고, 또 노력으로 기를 수 있다는 책의 논지는 저도 기계적인 분석과 기계적인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해왔던 게 아닌지 생각해보게 만드네요.

아래는 책의 소개 페이지에서 가져온 발췌문입니다. 우선 이 발췌문으로 간단하게 기록을 마무리하고, 후에 시간이 되면 제가 인상 깊었던 내용들로 수정을 해야겠습니다. 




애초에 왜 감각이 기술만큼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지를 살펴보면 두 개념의 차이점이 명확해집니다. 예를 들어 국어, 수학, 영어, 이과, 문과로 나뉘는 능력은 모두 기술에 해당합니다. ‘잘한다/못한다’로 구분할 수 있죠. 영어 능력이나 프레젠테이션 능력, 협상력, 재무 능력 또는 법무 지식 같은 기술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외국인 앞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도 있고 변호사나 회계사 자격증처럼 눈에 보이는 걸로 증명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감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 또 하나 예를 들어볼까요? 분명히 프레젠테이션 기술이 뛰어난데도 진행할 때 굉장히 재미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대로 프레젠테이션의 구성이나 방법은 엉성하지만 이야기를 무척 잘 이끌어가는 사람도 있어요. 바로 이런 것이 우리가 감각적이라거나 예술적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 28~30쪽, [Chapter 01. 기술과 감각의 평행우주]



대다수 기업이 지금까지 효용성이 큰 물건과 서비스로 가치를 창출해왔습니다. 특히 20세기에 발 빠르게 세계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은 대부분 ‘효용’이라는 편익을 제공함으로써 성공을 거머쥐었죠. 반면에 ‘의미’라는 편익을 제공함으로써 세계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은 별로 없습니다. 인류 문명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문화적 측면에서의 가치 창출로 변화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시대 흐름을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면 여전히 효용성 측면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사용가치만 추구하다가는 머지않아 역설적으로 사용가치가 ‘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죠. 가전제품의 리모컨을 예로 들어볼까요? 저희 집에서 쓰는 TV 리모컨에는 버튼이 65개나 달려 있어요. 평소에 사용하는 버튼이 4개니까 나머지 61개는 그야말로 아무런 쓸모가 없죠. 효용성이라는 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쓸모없는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 36쪽, [Chapter 02. 뉴노멀은 무엇을 원하는가]



저는 1960~1970년대 일본 만화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히는 권투 만화인 『내일의 죠』에서 천재적인 복서 야부키 죠가 왜 계속 지는지에 대해 종종 생각하곤 했습니다. 죠의 노력은 라이벌들에 비해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는 목숨을 잃을 정도로 철저히 자신을 억제하며 노력합니다. 그런데도 지고 말아요. 만화책에 쓰여 있지는 않지만 결국 감각이 없어서 지는 것입니다. 만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죠의 패배는 정말로 비극입니다. 그런 비극이 왜 그렇게까지 인기를 끌었을까요?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죠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착실하게 노력해도 자기 감각 하나로 기지를 발휘해 휙 하고 앞지르는 녀석들을 이기지 못하는 경험을 다들 해본 것이죠.


--- 49쪽, [Chapter 03. 감각의 시대가 온다]



미국 국무부에서는 외교관을 선발할 때 ‘선발 기준’을 두고 무척 고민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명문 대학 출신에 외국어도 두 개 이상 가능하고, 행정과 문화에 대한 지식도 충분히 갖춘 데다 협상 능력도 높은 수준이어야 하는 등 정말로 업무 기술이 탁월한 인재를 가려 뽑았습니다. 미국은 대개 외교관을 뽑으면 우선 개발도상국으로 파견합니다. 그러면 처음 2~3년 동안 미국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고 본인도 즐겁게 지내다가 돌아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강제 출국에 가까울 만큼 극단적인 형태로 실패하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국무부가 고민한 것은 대학 시절의 성적이나 어학 능력, 연수 등의 평점과 외교관으로서의 현실적인 성과 사이에는 통계적인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죠. (…) 맥클리랜드 교수는 새로운 인재 선발 체제를 고안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여러 가지 자료를 조사했습니다. 통계를 내본 결과 외교관으로서의 성과는 기술이나 지식과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거죠. 그 연구를 통해 성공한 외교관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행동과 사물에 대한 사고방식에는 대개 세 가지 유형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 64~66쪽, [Chapter 04. 평화로운 전략 게임의 승자들]



일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봅시다. 먼저 ‘즉각 분석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사업 전략을 생각해보자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조사를 시작하고 분석으로 돌진하죠. 오로지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네 가지만 생각하는 SWOT 분석의 틀에 맞추려 들어요. 템플릿이 정해져 있는 분석 조사라는 ‘작업’은 엄청난 흡인력을 갖고 있습니다. 일은 잘하지 못해도 일단 작업은 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보여줄 자료로서의 성과를 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이런 과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리 중계자라는 뜻을 지닌 ‘프락시(proxy)’라는 말이 딱 와 닿습니다. 최종 성과로 이어져야 할 업무가 바로 프락시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기술은 프락시를 유발하기 쉽습니다. 영어를 잘한다거나 프로그래밍을 잘한다는 것은 가치가 있습니다. 나아가 무엇을 위해서 그 기술이 필요한지, 어떤 성과와 결과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목적을 잊고 기술 단련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죠. 기술이 향상되면 성취감이 있으니 그날의 불안이 해소되는 겁니다.


--- 94~95쪽, [Chapter 06. 전문가와 경영자, 무기를 바꾸다]



군대에서는 전투 감각은 뛰어나지만 의욕이 별로 없는 리더가 적합하다고 합니다. 가능하면 편하게 이기려고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감각도 뛰어나지만 의욕도 있는 사람은 대장을 보좌하는 참모 역할이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곤란한 사람이 감각은 없는데 의욕만 앞서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조직을 휘두르거나 잘못된 판단으로 돌격을 지시하면 부대를 전멸시키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감각도 의욕도 없는 사람은 KPI의 틀에만 맞춰 일을 하려 할 것입니다. (…) 만일 감각은 없는데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 있다면, 감각만 있고 의욕이 없는 리더를 따르기란 쉽지 않겠죠. 그러니 기술을 쌓아서 일종의 복수를 하는 것이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 아닐까요?


--- 110~111쪽, [Chapter 07. 감각이 상황을 만나 기회가 되다]



위기에 처한 IBM을 회생시킨 것은 1993년에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루이스 거스트너였죠. 거스트너는 기자회견에서 ‘공장 폐쇄, 직원 감축, 제품 가격 상승’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어느 기자가 IBM의 새로운 비전은 없는지를 물었죠. 성격이 꽤 비딱했던 거스트너는 “IBM은 지금 집중치료실에 있는 중환자여서 모든 것이 필요합니다. 단 한 가지 유일하게 필요 없는 것을 꼽자면 ‘비전’이죠”라고 대답했습니다. 정통적인 구조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스트너의 혁신이 대단했던 이유는 그 순서에 있습니다. 그가 IBM에 와서 가장 먼저 착수한 업무는 직접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채무 금액을 확인하고 현금흐름을 읽는 일이었습니다. ‘공장을 폐쇄해라’, ‘1만 5,000명을 감축해라’, ‘이 상품군은 전부 매각해라’, ‘이 상품 라인은 가격 저항이 적으니 1.5배로 가격을 올려라’ 하고 현장에 뛰어들어 지시했어요.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일단락될 즈음 고객을 찾아다니면서 “IBM의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하고 직접 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e-비즈니스’라는 신규 사업을 제안한 뒤 실무진들이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전폭적으로 위임했습니다. 이 신규 사업이 결국 IBM을 컨설팅,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비즈니스를 중점 사업으로 하는 통합 설루션회사로 거듭나게 만들어줬습니다


--- 113~115쪽, [Chapter 08. 일의 시퀀스가 나만의 전략이 되다]



어도비는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판매하던 전략을 버리고 대담하게 서브스크립션으로 전환했습니다. 서브스크립션으로 어도비가 대담한 전환을 하고 매출 증대를 이룬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로 ‘서브스크립션’으로 인한 성공인지는 조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도비의 강점은 단지 제품 사용자 수가 많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다른 소프트웨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체 불가능한 수준의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도비는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그것을 10년, 20년 넘게 판매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어도비의 제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디자이너, 크리에이터가 전 세계에 수없이 많아졌습니다. 즉 어도비가 서브스크립션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브스크립션’이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 덕분이 아니라, 양질의 제품과 다수의 충성 고객층을 이미 갖추고 있었던 덕분이지요. 인과관계를 제대로 따져보면, 어도비는 이런 조건이 사전에 갖춰져 있었기에 과감히 서브스크립션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었던 겁니다. 그때까지 어도비가 이룩한 전략 스토리를 모르고서 그저 모든 게 서브스크립션의 결과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일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할 겁니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현상만 보는 사람이니까요.


--- 158~159쪽, [Chapter 11. 가려진 핵심을 꿰뚫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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