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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뱅 Aug 14. 2022

[하루 글짓기]  평온했던 순간

오늘의 주제

: 평온했던 순간


컴퓨터를 껐다가 글짓기 안한게 떠올라서 아이패드로 쓰고 잘 마음을 먹은 건 큰 일이었다!




번뜩 ‘평온했던 순간’이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오늘 주제를 아주 어려운 걸 고른 것 같다.

특정 순간의 공기, 분위기를 묘사하려고 했는데 야심밤 밤+피곤해서 그런지 잘 생각이 안나기에

어떤 때에 난 ‘평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지를 쫓아보기로 했다.



1. 설레임이 없을 때

평온은 설렘을 앞두고는 생겨나지 않는다. 익숙한 순간이 주는 기분 좋은 안도감이 있어야만 평온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설렘이 좋은 순간이 있지만 때로는 설렘이 와장창깨질까 무섭기도 하고, 설렘 때문에 긴장을 하는 순간도 있기 때문에

설렘이 평온하다는 것과 동급이 될 수 없음을 안다.


2. 날씨는 중요하지 않다.

실내에 앉아 창 너머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순간을 바라볼 때,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스페인 세비야에서의 한낮.

그늘이 드리워진 타파스 바 야외 테라스에 앉아 작열하는 태양의 뜨거움을 오롯이 받아내고 있는 바다와 도로,

그리고 오래된 건물을 볼 때.

기차를 타고 눈 덮인 설원을 향해 달려가던 여행길의 순간.

눈이 오고, 비가 오고, 해가 뜨거워도 평온의 공기와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날씨는 중요치 않다.


3. 잔걱정이 없을 때

사람인지라 늘 걱정이 따른다.

두달에 한번 정도 지방으로 출장을 가면 온갖 관광지를 돌아보는 탓에 멋진 광경을 마주할 때가 많은데

출장에서는 평온을 경험할 수 없다.

‘오늘 하루 일정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 ‘사진은 예쁘게 나올까?’ ‘갑자기 비가 오진 않겠지?’ ‘피곤하다’ 등

각종 걱정이 뒤따르기 때문에

하루 종일 흐리다가 해가 나서 저 멀리 지평선까지 내다보이는 바다를 눈 앞에 두고도 평온을 떠올린 적은 없었다.

잔걱정이 없다는 것은 나의 가족이 무탈하고, 나의 일상이 퍽 만족스럽고, 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고,

전세지만 내 몸을 뉘일 서울에 집이 있고, 스쳐지나가는 작은 월급이지만 먹고 마심에 충분하는 등

부족함이 없음을 자신해야 하는 순간이기에 그 어떤 조건보다 충족되기 어렵고,

그래서 충족되면 되레 더 감사해지는 조건.


쓰고 보니 설렘, 날씨와 비교도 안될 만큼 잔걱정이 없을 때의 조건이 나에게 평온을 떠올리게 하는 필수 요소인 것 같다.

걱정 많은 내가 걱정이 없을 때.

흘러가는 공기가 느리게 느껴지고, 바람이 분다면 얼굴을 스치는 정도만

꽉 조이지 않는 옷은 편안함을 더하고,

날 힘들게 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했을 때

우연히 찾아오는 그 평온의 순간은 삶을 잘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하게 만드는 증거 같다.




내일의 주제

내일은 잠깐 놀러가기로 해서 쓰지 못하겠네요.

월요일에 다시 돌아올 예정


15일의 주제

:새로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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