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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뱅 Aug 16. 2022

[하루 글짓기] 새로운 사람

Image by Hebi B. from Pixabay 



오늘의 주제

: 새로운 사람


직업 특성상 새로운 사람을 매달 적어도 2-3명은 만난다.

취재를 위해 방문해서 가게, 음식, 공간에 대한 설명을 대표나 직원분에게 듣고, 궁금한 것은 질문한다.

일을 하기 위해 만난 터라 적당한 친절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대화가 오간다.

사적인 관심이나 흥미를 내보인 적은 없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짧은 만남은 그렇게 끝난다.

상대방도 일을 하며 만났기에 누군가와의 인연은 여기까지.

역시 일은 일이다.




몇주 전 취미 생활인 꽃을 다시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몇 주동안 함께 수업을 받고, 함께 논의하면서 꽃을 사입하는 팀원이 되어서 같이 장도 보고, 점심도 먹고, 카페도 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의 세계를 열어 보는 것은 꽤 오랜만인 일이다.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는지, 왜 꽃을 배우는지, 어떻게 혹은 얼마나 꽃을 배우고 있는지.

대부분 나와 비슷한 또래여서 궁금한 것들이 훨씬 많았다.

단편적인 질문과 답이 오갔지만 잠깐 그 사람의 환경과 생각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몇시간의 만남과 대화로 한 사람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내 인생에 매일, 혹은 매주 새로운 사람을 만났던 짧았던 해외 유학생활.

같은 동양인인 일본인, 중국인은 물론 브라질, 멕시코에서 온 남미인,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온 유럽인 등 세계 각지에서 나와 같은 이유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에 온 사람들을 만났다.

나이도, 국적도, 성별도 제각각인 사람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한 사람을, 그래도 조금은 친해진 친구를 완벽하게 파악할 순 없었지만 내가 예상했던 그 사람의 특성이 완전히 무너지고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때 새로운 사람들을 대하고, 바라보는 태도를 배웠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내가 알고 있는 세계와 정반대의 세상에서 살고 온 사람을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만났더라도, 그들의 삶과 경험을 찰나의 대화로 파악할 수 없음을 알았다.

저마다의 특성과 개성이 있고, 고집이 있고, 취향이 있다.

내가 살아온 환경 속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세계가 차곡차곡 구축된 것처럼, 지금 이 순간 만난 이탈리아 친구는 내가 모르는 환경 속에서 내가 모르는 시간을 흘러보내며 그의 세계를 구축해왔고, 인생의 어느 순간 나를 만나게 되었을 뿐이다.

잠깐의 대화와 경험으로 누군가를 파악하지 않기로 다짐했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극 I인 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30여 년의 세월동안 정해진 공간, 정해진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왔을 뿐인데, 나와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세상의 다른 면을 보게 한다.

세상에는 이런 직업이 있고, 저런 고충이 있음을 내가 경험하지 않아도 새로 만난 누군가를 통해 배운다.

몰랐던 세계를 영접하는 대가로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늘 친절과 존중을 보내려 애쓴다.




마감 주간이라 회사에서 매일 워드 3-4장은 쓰고 오지만, 나의 글짓기를 할 때는 차원이 다른 생각과 감성이 튀어나온다.

내일의 글짓기 주제

: 상상해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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