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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 시간부자 Jul 02. 2022

시간부자92-②뭐든 해 봐요(필사)

1일 1독 같이 하실래요?

<1일 1독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매일 1권을 읽었을 때 나의 변화를 알고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

2022.2.9부터 시작!!


뭐든 해 봐요

- 판사 김동현 에세이 -


1. 읽은 날짜 : 2022.6.23(목)    *92

2. 작가/출판사/분야 : 김동현/다산북스/문학

3. 내가 뽑은 키워드(3가지): 시각 상실, 소소한 성취감, 내 몫

4. 내가 뽑은 문장 : 실패가 쌓이면 역시 나는 안 된다는 자괴감만 쌓인다. 바닥에 있을 때는 별것 아닌 소소한 것들이라도 성공의 경험이 중요하다. 내가 노력하면 뭐라도 된다는 경험이 필요하다. 



<필사>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더니 나를 두고 한 말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나는 내가 눈이 안 보이게 되리라고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22페이지)

2012년 5월, 당시 나는 카이스트 졸업 후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과학기술 전문 변호사를 꿈꾸며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많이들 하는 간단한 시술을 받았는데 그 선택이 내 인생을 뒤흔들어 놓았다.. 깜깜함... 그때부터 내 앞에 펼쳐진 건 사방이 깜깜한 어둠뿐이었다. 처음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하루 이틀, 며칠이 지나는 동안 나는 지쳐갔다. 내게 남은 건 시각 상실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22페이지)


이 책은 내가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장애라는 건 그냥 불편한 상태에 적응하고 하루하루를 살아 나가는 것이지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장애인은 여러 시선으로 바라본다. 무시하고 차별하기도 하고,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하며, 대단하다고 감동받기도 한다. 어떤 대상을 접하고 어떤 감정이 드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나는 그런 대상이 되기 위해 살아가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위해 사는, 어딘가 불편하지만 따지고 보면 별고 특별한 것도 없는 한 인간일 뿐이다(27페이지)


남형두 교수님께서 나에게 처음 소개해 준 분은 그때 국립 장애인 도서관장이었던 조선대학교 김영일 교수님이었다.... 김영일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장애가 있으면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어렵지만, 거기 도달하고 나면 오히려 기회는 더 많다". 정말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시각장애가 꼭 핸디캡만은 아니었다(57페이지)


소소한 성취감이 쌓여 괜찮은 삶을 만든다.

살다 보면 익숙해진 것들의 소중함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 간단한 요리를 손수 해 먹는 것, 좋아하는 운동을 즐기는 것과 같은 일들이다.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할 수 있던 평범한 일들이 일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떨까? 사고 이후 무너진 일상에서 돌아오면서 나를 기쁘게 했던 것은 갑자기 할 수 없게 된 작고 소소한 것들이 하나하나 돌아오면서 느끼는 성취감이었다..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화장실 위치를 익히고 혼자 씻기 시작했다. 사람들 손을 잡고 걸었다. 해 보니 별것 아니었다(62페이지)


실패가 쌓이면 역시 나는 안 된다는 자괴감만 쌓인다. 바닥에 있을 때는 별것 아닌 소소한 것들이라도 성공의 경험이 중요하다. 내가 노력하면 뭐라도 된다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게 꼭 대단한 성취일 필요는 없다. 작은 것이라도 괜찮다.  남은 몰라도 내가 알면 된다(68페이지)


마라톤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다. 못 뛰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잘 뛸 수는 없다... 나는 한 주에 500미터씩 거리를 늘렸다. 컨디션이 괜찮은 주에는 1킬로미터도 늘어났다. 그렇게 3개월을 연습한 끝에 10킬로미터를 완주했다(75페이지)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힘들더라도 고비를 넘기면 경험치가 차곡차곡 쌓인다. 한계라고 생각했지만 하나씩 돌파해 나가면 결승점이 보인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나 자신도 더 발전하길 바란다. 남들보다 앞서건 뒤처지건 내 페이스대로(77페이지)


우리는 전통적으로 장애인을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그것을 치료하려 든다. 사실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 나아가야 한다. 나는 사고 전에 내가 누렸던 자유를 갈망한다. 그걸 해결할 방법은 언젠가 될지 모르는 줄기세포가 아니라 당장에 접근성과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는 것이다. 그러면 눈이 보이지 않아도 예전처럼 살 수 있다(95페이지)


모든 일을 사람의 선의에 기댈 수는 없다. 그래서 제도가 필요하다... 현대와 같은 위험 사회에서 우리는 누구나 사고 또는 질병으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노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 사람이 본인이 될 수도, 가족, 친구, 이웃이 될 수도 있다. 그때 가서 불편한 것을 해결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바꾸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96페이지)


다행이다

나는 이적의 <다행이다>를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이 부분이다

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 게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 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란 걸

(105페이지)


야구에서는 슬럼프에 빠지면 배트를 가볍게 잡으라고 한다. 긴장해서 잔뜩 힘이 들어간 스윙에 눈먼 공이 맞아 홈런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삼진이다. 컨택에 집중해서 힘을 빼고 가볍게 휘두른 배트에도 공이 정확하게 맞으면 쭉쭉 뻗어 담장을 넘어간다(124페이지)


는 나를 법조인으로 만들기 위해 어마어마한 사회적 자본이 투하되었음을 안다. 그리고 내가 로스쿨 재학생이어서,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도 않다. 대표 선수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이 사회에 시각장애인도 여건만 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내 성공에 그치지 않고 다른 시각장애인들도 책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이제 내 평생의 짐이다. 이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줄 누군가가 있기를 바란다(134페이지)


눈꺼풀이 제일 무겁다

시력을 잃고 공부하면서 두 번째로 힘든 건 쏟아지는 졸음이었다. 

(136페이지)


나는 MBTI에서 전형적인 INTP이다. P형 인간이 계획을 세우는 게 성격에 맞을 리 없다. 그래도 효율적인 공부를 하려면 안 지킬걸 알면서도 계획은 필요하다. 그것마저 없으면 하고 싶은 것만 하다 정작 해야 할걸 놓친다. 일정 분량을 공부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살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공부할 책을 정한다(143페이지)


공부도 그렇고 살다 보면 힘에 겨워 엄두가 안 나는 일이 있다. 그럴 때는 중요한 것부터 하고 나머지는 일단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다 끌어안고 장렬하게 산화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중요한 것은 챙기고 사소한 것은 버려야 한다. 버린 것은 나중에 여유가 되면 챙길 수도 있고 여유가 안 생겨 포기해도 타격이 적다. 욕심내서 소화하지도 못할 공부를 꾸역꾸역 하다 보면 중요한 걸 놓친다. 그래, 공부도 소화불량에 걸린다(147페이지)


개인적으로 판사라는 직업은 굉장히 만족스럽다. 독립성과 자율성이라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가치다 누군가의 눈치를 살펴 마음에도 없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게 완전히 내 마음대로 한다는 뜻은 아니다. 헌법과 법률, 직업적 양심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다(257페이지)


시각 장애인 판사인 최영 판사님께서 한 인터뷰에서 하신 "시각장애인 판사라서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판사라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장애보다는 좋은 판결을 했다는 것으로 화제가 되면 좋겠다(262페이지)


판사에게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맡은 사건뿐이다.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이 일도 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행복을 찾아 주는 희생정신은 고결하지만 쉽게 변질되기도 한다.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 해서 뭐하나' 싶은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이 정도야'하는 보상심리가 들 수도 있다. 나는 내 몫을 하는 판사가 되고 싶다. 세상을 바꿔 가는 것은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충실히 자기 할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26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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