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영 Nov 29. 2022

대학에서 UI/UX 전공 강의하는 법(1주 차)

물 경력 디자이너인 내가 강의를 한다고? 지원과정과 강의 1주 차의 기록

2019년 어느 여름날, 학부 모교 교수님께서 전화가 오셨다.


"난영, 혹시 주변에 UI/UX 강의 시간강사 지원할 만한 사람 없니?

이번에 H교수님이 안식년에 들어가셔서 한 학기 강의 자리가 나서 사람을 뽑는데 홍보 좀 해주렴."


그 말을 듣자마자 번뜩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교수님, 혹시 저도 지원해도 됩니까?"

"너? 너 서울에서 직장 다니면서 가능하냐?"(내 학부 모교는 지방에 위치해있다.)

"네, 아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 회사에서 괜찮다고 하면 지원해 보렴! 합격하면 좋겠구나."


 그 당시 나는 출퇴근이 꽤 자유로운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코로나 전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한 회사였다.)

일주일에 한 번 강의를 위해 지방에 다녀올 수 있게끔 대표님과 협상 과정을 거쳤다.


 회사와의 협의가 끝났으니 이제 지원 과정이 남아있었다.

내가 지원한 자리는 시각디자인 학과 3-4학년이 듣는 전공 필수 수업 중 UI/UX 디자인 강의 강사였다.

한 학기 시간강사를 뽑는다고 하지만, 지원 과정은 여러 가지 준비할 것이 많았다.

우선 이력을 담은 지원서류를 준비해야 했고, 석사 시절 연구 실적도 냈어야 했다.(3년 전이라 아주 정확하진 않다.)

내가 무엇보다 신경 써서 작성한 것은 강의 계획서였다. 교과목 개요, 과목 목표, 평가 방법, 그리고 1주부터 16주 차까지 한 학기 동안 내가 가르칠 내용을 작성해야 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주니어라 회사에서 퍼포먼스도 잘 안 나는데 내가 누굴 가르친다고? 주눅이 조금 들기도 했지만 내가 회사에서 실무 디자인을 하면서 '아, 학교에서 이런 걸 가르쳐줬으면 좋았을걸.'이라고 생각했던 내용들을 떠올려 가면서 강의계획서를 작성했다.

그때 초고로 작성했던 강의 계획서의 일부이다.

그리고 결과는 놀랍게도 합격 목걸이였다. 나에게 한 학기 동안 UI/UX 디자인을 강의할 자리가 주어진 것이다. 나는 실제 강의 기간까지 한 달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수업 자료를 준비했다.





강의 1주 차 : 일찍 끝나는 오리엔테이션은 교수도 좋다!


 강의 첫 날인 2019년 9월 2일 월요일 9시. 나는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보다 열 배는 더 떨리는 심정으로 모교 강의실 강단 앞에 섰다. 내가 학부 때 그렇게 많이 드나들던 강의실이었는데도, 막상 내가 강사의 심정으로 가니 전혀 다른 낯선 곳으로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밝게 인사를 건네니 20명의 얼굴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후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두 앳되고 순해 보였다. 나는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따라서 차근차근 내 소개를 하고 수업에 대한 개요를 설명했다.


당시 사용했던 강의 자료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그리고 수업을 위해서 여러 가지 툴, 우선적으로 슬랙을 세팅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강생들은 처음 슬랙을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처음에 어플을 깔고 가입하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모두들 잘 해냈다. 나는 이후 16주 동안 과제 공지와 과제 제출을 모두 슬랙을 활용했다. 내가 실시간으로 수강생들의 궁금증이나 건의사항을 볼 수 있고, 나 또한 과제 공지를 모두에게 한 번에 전달할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슬랙에 접속해서 한 마디씩 남기는 수강생들...커엽


커리큘럼과 수업 평가 방법까지 모두 설명하고, 혹시 수업 관련 질문이 있냐고 묻자 역시 예상한 대로 아주 고요한 침묵만이 강의실에 감돌았다.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온 것이 있었다.


수강생들은 말보다 타이핑을 훨씬 잘했다


 미리 준비해 온 설문 링크를 슬랙에 뿌리고 이 설문을 모두 마치면 오늘 수업은 끝이라고 하자 다들 얼굴이 활짝 펴서 질문에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좋으냐, 얘들아! 나도 일찍 마치면 너무 좋단다! 한 학기 동안 잘 부탁한다! 하고 마음속으로만 외쳐보았다. 그나마 설문을 준비해서 학생들의 니즈를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만약 수업을 준비하고 계신 분이 이 글을 본다면 첫 수업에 미리 설문을 준비해 가라고 말하고 싶다.

 설문 응답을 보며 생각보다 3-4학년이지만 진로를 정하지 않은 학생이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 학생들을 UI/UX의 세계로 끌어오리라는 이상한 사명감을 품으면서 역시 일찍 수업을 끝내신, 여름에 나에게 전화를 주셨던 교수님과 학교 앞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초점은 없지만 맛은 있었던 브런치...


 교수님은 한 학기 동안 파이팅이라고 하셨고, 나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강의 첫 시간은 긴장과 설렘으로 빠르게 흘러갔다. 2주 차부터 시작한 본격적인 수업에 대해 다음 글에서 자세히 적어보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