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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원 Jan 03. 2023

행복의 자리

냉장고 가득 채운 콜라가 있기에 행복한 삶

해가 바뀌기 며칠 전, 친한 형의 소개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멋진 말을 하나 들었다.

"행복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이따금 슬픈 일이 찾아오는 거예요."


행복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는 말이 참 예쁘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멋진 것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어쩌다가 한 번씩 슬픈 일이 찾아올 때가 아니라면, 행복은 항상 그 자리에 나와 함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 나는 혼자서도 조금 잘 웃게 되었다. 음악을 들으며 흥얼거리는 일이 조금 늘었다. 제법 긴 시간을 나름의 치열함으로 살아온 것 같은데 나보다 한참 적은 시간을 살아온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참 많다. 여전히 배울 수 있어서 기쁘고, 지금보다도 더 나아질 수 있음에 앞으로 다가올 나날이 기대된다.


비록 새해부터 일에 치여 살고 있지만, 이 또한 정말 행복한 일이다. '일이 없어서 궁상떨고 있는 것보다 한참 낫지 뭐', 하며 별것 아닌 듯 받아들이게 된다. 추운 날 점심시간 입김을 호호 불며 찾아간 가게의 짬뽕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맛있어서, 사무실에 새 간식이 있기에 먹어본 것이 맛있어서, 얼어있던 사무실 수도가 지난 주말 동안 녹아 물을 쓸 수 있게 되어서, 집 냉장고에 가득 채워놓은 콜라가 있어서 제법 행복한 날을 보낸다. 배도 고프지 않으면서 손에 잡힌 휴대폰으로 무심결에 열어본 음식 배달 앱에서 대만인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를 우연히 발견해 하트를 눌러 놓아 주말이 기대되는 날이다. 이 기대로 이번 주는 내내 기쁘지 않을까.


딱히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은 우리는 아마 다시는 만날 기회가 없겠지만, 행복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고 반짝이며 말하던 표정은 정말, 정말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나의 2023년에 아주, 아주, 아주 큰 영향을 긍정적으로 줄 것 같다. 행복이 항상 나와 함께 있음을 알았으니, 올해 한 해는 하루하루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온전한 형태로 눈에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어디선가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덕분에 내 행복의 자리도 찾았다고, 덕분에 내 삶이 조금 행복해졌다고, 고맙다고 인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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