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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12. 2024

깊은 감동

원군을 만나다

오늘 점심은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먹었다. 그곳은 친구의 지인이 운영하는 자그마한 밥집 겸 술집이다. 지난주에 친구가 나를 그곳에 데리고 가서 처음 밥을 먹게 됐다. 주인은 젊은 시절 상업은행(오늘날의 우리은행) 은행원이었다. 60대 후반이지만 부인은 주방에서 부지런히 음식을 조리하고 본인은 홀에서 음식을 나르고 손님 시중을 든다. 따로 직원을 안 쓰니 아마 짭짤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오늘 밥을 거의 다 먹고 손님이 꽤 빠져나갔을 즈음 그가 내게 말을 건넸다. 지난주에 필자가 선물한 책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를 꽤 읽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격한 공감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우선 자존심 문제라 했다. 법조문이 이렇게 오류투성인데 방치하고 있으니 이게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니고 뭐냐 했다. 앞 세대에서는 그랬다 쳐도 지금도 그대로 둬서 되겠느냐고 했다.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냐고도 했다.


그는 법조문의 실태를 알고 나서 몹시 속이 상한 듯했다. 법조문에 오류가 많음을 몰라서 내벼려두고 있다면 모르겠으되 번히 알면서도 방치하는 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은 점점 더 수위가 높아져 갔다. 이런 엉터리 법조문을 방치하고 있는 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처벌해야 한다고까지 했으니 말이다. 


필자는 근자에 이처럼 필자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는 학자도 아니고 교수도 아니다. 평범한 자영업자일 뿐이다. 그러나 시민의식 하나는 정말 투철했다. 오류가 널려 있는 법조문이 방치되고 있는 데 대해 분이 끓고 있었다. 그러면서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짜내 보라고 내게 권했다. 뜻을 같이하는 시민을 모아서 입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고개를 끄덕였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를 내면서 국어학자, 언어학자의 지지하는 말도 책 속에 실었고 저명한 법조계 인사들의 글도 또한 실었다. 그러나 그들이 내게 보내준 지지의 글보다 훨씬 더 농도 짙고 순도 높은 격려와 동조, 지지의 메시지를 오늘 한 시민으로부터 들었다. 전문가들의 말이 의례적이었다면 시민의 말에는 분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강력한 원군을 얻었다. 민초들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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