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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16. 2024

사이버레커

세상이 점점 더 혼탁해질 거 같다

외래어는 원어와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담은 대표적 예다. 한국어의 마당은 흔히 술집이나 다방의 여주인을 가리킨다. 그런데 영어 madam은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여성이라는 공통점만 있지 풍기는 이미지가 사뭇 다르다. 다른 언어로 넘어오면서 의미가 꽤나 달라진 경우다. 그런 와중에 '콩글리시'가 숱하게 생겨난다. 감탄사로 흔히 쓰이는 파이팅도 그렇지 않나. 스킨십도 그렇고...


흔히 구난차를 레커차라고 한다. 입말로는 렉카차가 더 일반적인 듯하다. 교통사고 현장에 번개처럼 나타나 망가진 차를 끌고 간다. 사고 수습의 선봉대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이런 차를 wrecker라고 하기보다는 tow truck이라고 한단다. 웬 일인지 우리말에는 토트럭(tow truck)이 들어오지 않고 레커(렉카)(wrecker)가 들어와 자리잡았다. 어쩔 수가 없다.


최근에는 사이버레커란 말이 부쩍 쓰인다. 사이버레커는 구난차 레커와 또 다르다. 현장에 발 빠르게 나타나는 것까지는 같다. 그러나 그 다음에 하는 일이 사뭇 다르다. 구난차는 사고를 수습하지만 사이버레커는 사고를 수습하기보다는 오히려 키우고 부풀리는 일이 흔하다. 마구 폭로를 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 된 걸 폭로한다. 그걸 네티즌들은 열광하고... 애꿎은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난 아직도 사이버 레커의 정의를 잘 모르겠다. 그저 희미하게만 짐작할 뿐이다. 과연 의미가 정의될 수 있는 말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는 자신이 사이버 렉카라 생각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면 사이버 렉카가 맞다고까지 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사이버 레커란 말의 정의도 애매모호하지만 거기서 나아가 레커렉카가 뒤섞여 쓰이니 더욱 혼란스럽다. 인터넷이 편리하다지만 믿거나 말거나 무차별 폭로를 일삼으며 이득을 취하는 일은 예전에 못 보던 일이다. 세상은 더욱 더 혼탁해질 것 같아 암울하다.


레커와 렉카가 뒤섞여 쓰인다. 이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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