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력'이란 말은 이렇게 써야 한다
농지법이 있다. 1994년에 제정되었다. 농지개혁법·농지의보전및이용에관한법률·농지임대차관리법·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등 여러 법률에 복잡하게 분산 규정되어 있는 농지 관련 법률과 제도를 통합·정비한, 농지에 관한 종합적이고 기본적인 법률로 제정되었다. 그런데 이 법은 언어 사용 면에서 모범적이다. 특히 '효력'이란 말과 관련해 더욱 그렇다.
농지법 제24조 제2항에 '효력이 생긴다'라는 표현에 주목한다. 이게 헌법, 형사소송법, 농업협동조합법 등에는 '효력을 발생한다'로 되어 있다. '효력이 발생한다' 해도 될 텐데 더 나아가 '효력이 생긴다'고 했다. 얼마나 알기 쉬운가!
농지법 제26조의2도 마찬가지다. '효력이 없다'가 있는데 헌법식으로 표현하자면 '효력을 발생하지 아니한다'일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효력이 없다'고 했다. 얼마나 깔끔한가.
'효력이 생긴다', '효력이 있다' 같은 좋은 표현을 놓아 두고 지금도 대한민국 헌법, 형사소송법 등에는 '효력을 발생한다'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비문이 남아 있다. 헌법, 형사소송법은 6법의 하나로 다른 법률에 비하면 월등하게 우월한 지위에 있다. 그걸 법조인들은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기본이 되는 법에 '효력을 발생한다' 같은 기막힌 엉터리 표현을 내버려두고 있나. 어이없는 권위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