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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17. 2024

비버리힐스? 베벌리힐스?

타임머신을 탄듯

오늘 한 신문에 '비버리 힐스 캅'의 새 후속 편에 관한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제목에 큼지막하게 비버리 힐스라 나왔을 뿐 아니라 기사 본문에도 시종일관 비버리힐스였기 때문이다. 이게 왜 놀라웠나. 필자가 알기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부촌은 베벌리힐스였지 비버리힐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곳이 어디를 가리키는지부터 보자. 영어로는 Beverly Hills이다. Beverly Hills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 속한 한 시다. 동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자체 시청이 있는 독립된 행정구역이다. 웨스트할리우드와 인접해 있고 할리우드도 멀지 않다. Beverly Hills의 Beverly는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 요크셔 지방의 Beverley에서 왔다고 한다. (영국 요크셔 지방의 Beverley는 미국 Beverly Hills의 Beverly와 스펠링이 살짝 다르다. e가 있다. 그러나 발음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로스앤젤레스의 Beverly Hills에 대한 우리나라 신문의 언급은 꽤 오래 됐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1947년에 '비버리 힐스'라고 나온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Beverly Hills는 한국에서 '비버리 힐스'였다. 그러다가 1963년부터 '리힐스'가 부쩍 쓰이기 시작했다. ''이 첨가된 것이다. 원어 Beverly에 l이 있는 이상 '비버리'일 수는 없어서 '비벌리'라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1986년부터는 '벌리힐스'라고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왜 Beverly를 '벌리'라고 했는지 모르겠으나 원어 발음과 가깝게 '벌리힐스'로 '바로잡은' 것이다. 그렇게 Beverly Hills의 한국어 표기는 거의 40년 가깝게 '베벌리힐스'가 대세였고 그렇게 굳어진 듯했다. 그런 마당에 지금 다시 '비버리 힐스'를 보게 되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지금이야 '캘리포니아'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이 말도 꽤나 굴곡을 겪었다. 19세기 말에는 '가리헐니아'라고도 했고 '캘리포녀', '카리포니아', '캐리포니아' 등을 거쳐서 '캘리포니아'로 정착된 것이다. 물론 '캘리포니아'도 원어 발음과는 거리가 있으니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겠다. 그럴 여지를 배제하기 어렵다. 


지명 말고 인명도 바뀐 게 적지 않다. 필자가 어렸을 적엔 프랑스 배우는 장 가방이고 아랑 드롱이었다. 요즘 검색을 하면 인명 사전에 장 가뱅, 알랭 들롱이라 돼 있다. 이왕이면 원어에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 때문이다. 그러나 한계는 뻔하다. 원어와 같아질 수는 없다. 일정한 한계가 있다. Beverly Hills는 '베벌리힐스'가 가장 근접했다고 생각했는데 복고풍의 '비버리힐스'를 보게 되니 타임머신을 탄 느낌이다. 영화 제목을 바꾸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얼떨떨함은 어쩔 수 없다. 영화 제목을 왜 못 바꾸는지 모르겠다. 세월이 40년 흘렀는데...



1989년의 영화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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