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야
우리나라에 참으로 많은 법률이 있다. 이런 법이 있었나 싶은 법도 있는데 뇌연구 촉진법이란 법도 그런 것 중 하나다. 이 법은 1998년 제정되었다. 뇌에 대한 연구가 21세기 첨단산업기술분야와 정보화·지능화·고령화사회의 핵심적인 과제로 부각되고 있어 뇌 연구 촉진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한다. 이 법의 제2조는 용어 정의를 하고 있는데 그중 4호는 '뇌공학'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뇌공학”이란 뇌의 고도의 지적 정보처리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고 이의 공학적 응용을 위한 이론 및 기술에 관한 학문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의아하다. '기능을 이해하고'는 동사구인데 접속어미 '-고'가 쓰였으면 이어서 다른 동사구가 나와야 한다. 동사구와 동사구가 접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사구는 보이지 않고 '이의 공학적 응용'이라는 명사구가 나왔다. 이렇게 부주의할 수 있단 말인가. 당연히 다음과 같이 씌었어야 바르다.
동사구와 명사구가 접속되어도 뜻을 파악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을까. 어떻든 법조문에 문법적으로 바르지 않은 표현이 오르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관여해서 만들었을 법조문에 이런 오류가 들어 있음은 부끄러운 일이다. 문법적으로 반듯한 문장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문장은 어색한 느낌을 주고 "이게 무슨 말이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명명백백해야 할 법조문이 그래서는 안 된다. 문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된다. 문법도 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