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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18. 2024

사이시옷 중독

'규범'이 사람 잡는다

폭우가 계속되니 채소 출하가 줄고 그러니 채소 가격이 오른다. 서민 가계가 위협받는다. 그런데 이를 보도하는 신문 기사가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채솟값 오름세'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라니! 




국어사전을 보니 보도 기사에서 ''이라고 한 게 근거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국어사전은 다음과 같이 돼 있기 때문이다. 



'채소값'의 규범 표기는 '채솟값'이란다. '채소값'은 틀렸으니 '채솟값'이라고 써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연합뉴스는 잘못이 없어 보인다. 국어사전을 충실하게 따랐을 뿐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 사전에 묻고 싶다. 왜 '상춧값', '부춧값', '고춧값', '양팟값', '시금칫값'은 국어사전에 안 올렸나? 이런 말은 어떻게 써야 하나? 사전에 안 올랐더라도 '상춧값', '부춧값', '고춧값', '양팟값', '시금칫값'이라 써야 하나? 아니면 사전에 없기 때문에 '상추 값', '부추 값', '고추 값', '양파 값', '시금치 값'이라 써야 하나?


만일  '상추 값', '부추 값', '고추 값', '양파 값', '시금치 값'이라 써야 한다면 왜 '채소'에 대해서만 '채솟값'이라고 써야 하나? '채소'가 뭐가 특별하길래? 이런 의문을 떨칠 수 없는데 더욱 가관인 예가 있다. 이 사전에는 '배춧값'이란 말이 올라 있기 때문이다.



'배춧값'은 올라 있는데 '상춧값', '부춧값', '양팟값', '시금칫값'은 없는 이유가 뭔가. 사전에 안 올랐더라도 '상춧값', '부춧값', '양팟값', '시금칫값'이라 쓰라는 건가? 


'채솟값'을 국어사전에 올려놓고 '사고파는 채소에 매겨진 액수'라고 했다. '배춧값'을 국어사전에 올려놓고 '배추의 가격'이라 했다. '채솟값', '배춧값'은 한 단어가 아니다. 두 단어다. 두 단어인 이상 띄어써야 맞다. '채소 값', '배추 값'이라 적어야 하고 단어가 아닌 이상 사전에 올라야 할 이유가 없다. 이게 상식 아닌가.


'채소값'은 틀렸고 '채솟값'이 규범 표기니 따르라는 국어사전을 보고 사전이 미쳤구나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실제로 <미친 국어사전>이란 책을 펴낸 작가가 있다.) 이런 국어사전을 묵묵히 따르는 언론사는 또 뭔가. 옳지 않은 것을 거부할 때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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