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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22. 2024

어색한 시제어미

문법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법조문에 시제어미가 정확하게 쓰이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그 틀린 정도가 다양하다. 명백하게 틀린 시제어미가 버젓이 쓰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렇게 명백하진 않아 보여도 상당히 어색해 보이는 시제어미가 쓰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살짝만 이상한 경우도 있다. 분명 정확하지 않은 시제어미인데 그 정확하지 않은 정도가 꽤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가장 명백한 오류를 보자. 상법 제694조는 다음과 같다.


상법 

제694조(공동해손분담액의 보상)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지급할 공동해손의 분담액을 보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보험의 목적의 공동해손분담가액이 보험가액을 초과할 때에는 그 초과액에 대한 분담액은 보상하지 아니한다. <개정 1991. 12. 31.>


여기서 '지급'은 실로 터무니없는 오류다. '지급'이라야 맞다. 피보험자가 '이미' 지급한 공동해손의 분담액을 보험자는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급할'이라 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민법 제245조에도 상당히 어색한 시제어미가 쓰였다.


민법 

제245조(점유로 인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기간) ①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20년간 부동산을 점유하 자는'이 자연스러운가. 상당히 어색하다. '20년간'이란 말이 있는 이상 '20년간 부동산을 점유 자는'이든지 '20년간 부동산을 점유해온 자는'이라야 자연스럽다. 그게 한국어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시제어미가 쓰인 민법 제245조는 1958년 제정된 이래 66년째 건재하다. 무슨 생각에서 이를 방치하는지 모르겠다. 


다음은 아주 살짝만 어색한 시제어미의 사례다. 대기환경보전법 제35조의3 제1항은 다음과 같다.


제35조의3(배출부과금의 조정 등) 

① 환경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배출부과금 부과 후 오염물질 등의 배출상태가 처음에 측정할 때와 달라졌다고 인정하여 다시 측정한 결과 오염물질 등의 배출량이 처음에 측정한 배출량과 다른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다시 산정ㆍ조정하여 그 차액을 부과하거나 환급하여야 한다. <개정 2012. 5. 23., 2019. 1. 15.>


'처음에 측정 때와 달라졌다고 인정하여'에서 '측정'은 보통 이상한 줄을 잘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 측정했을 때와 달라졌다고 인정하여'와 비교해 보면 어느 쪽이 더 뜻이 선명한지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법조문은 이왕이면 가장 명료하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해야 마땅하다. 법조문의 시제어미에 다양한 오류가 있다. 참으로 어이없는 오류에서부터 미세한 부주의까지 다양한 사례가 있다. 우리는 문법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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