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는'이란 말은 없다
상법은 국가의 기본법인 이른바 6법의 하나다. 6법 중에서 맨 나중에 제정됐다. 1962년 1월 20일에 공포됐고 1963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상법에는 회사에 대한 규정이 담겨 있다. 상법에 따르면 회사의 종류에는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주식회사, 유한회사가 있다. 이 중 유한회사에 관한 제605조 제1항에 기가 막힌 오류가 있다. 제605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회사에 현존하는 순재산액이 자본금의 총액에 부족하는 때에는'이 어떤가. 뭔가 이상하지 않나. '부족하는' 말이다. '부족하는'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아무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사람이라면 그런 말은 쓰지 않는다. 누구나 '부족한'이라고 한다. 입말로 할 때는 '부족할'이라는 말을 더 잘 쓴다. 요컨대 '부족하는'이라는 한국어는 없다. 그런데 어떻게 국가 기본법에 '부족하는'이란 말이 들어 있을까.
필자의 추측은 다음과 같다. 상법이 제정될 때 법조문은 온통 한자로 적혔고 다음과 같았다. 물론 지금도 한자로 적혀 있는 건 같다. 요즘 법전이 편의상 한글로 표기하고 있을 뿐이다.
'現存' 순재산액과 '不足'한 자본의 총액이 대비되었고 앞에서 '현존하는'이라고 했으니 뒤에 오는 '부족'에도 별 생각 없이 '하는'을 넣지 않았는가 추측된다. '현존하다'는 동사이므로 '하는'이 붙는 게 맞지만 '부족하다'는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기 때문에 '하는'이 아니라 '한'이 붙어야 맞다는 국어 지식이 당시 법조문을 만든 법률가들에게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국어에 대한 무지, 무관심이 빚은 오류였던 것이다.
1960년대초 법률가들은 그랬다 치자. 왜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두고 있나. 우리말에 '부족하는'이라는 말이 있나. 이런 오류가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