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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Nov 13. 2024

대중을 오도해서는 안 된다

대충 말하고 대충 알아듣는 건 아닌지

오늘 한 신문이 이렇게 보도했다.



깜짝 놀랐다. 말이 너무 과격해서다. 중동의 무장단체 지도자의 발언이 아니고 미국 연방상원의원의 말 치고는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래서 기사 본문을 읽어보았다. 이랬다.



그런데 의문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졌다. "북한의 다른 지도자들이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면 빨리 '폭군(tyrant)' 김정은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왜 의문이 더 커졌나? 누가 김정은을 제거해야 한다는 뜻인지 아리송해서다.


처음의 기사 제목만 보면 미국이 김정은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들렸지만 기사 본문을 읽어 보니 북한의 다른 지도자들이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면 바로 그들이 김정은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들린다. 도대체 뭐가 맞나. 루비오가 말한 원문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랬다. 2018년 5월 24일 트위터에서 루비오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I 100% support the President’s decision. For two weeks now, North Korean tyrant Kim Jong Un has been trying to sabotage the summit and set the United States up to take the blame. He made a big show of freeing hostages and supposedly dismantling a nuclear site to make himself appear reasonable and conciliatory. But in the end it is now apparent his goal was either to gain sanctions relief in exchange for nothing, or to collapse international sanctions by making the U.S. appear to be the unreasonable party. If other leaders in North Korea want a better future, they should get rid of Kim Jong Un as soon as possible.


뜻이 확실히 드러났다. 미국이 김정은을 제거해야 한다는 게 아니었다. 북한의 다른 지도자들이 김정은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내부 정변이 일어나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그 정도라면 미국 상원의원이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미국이 김정은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므로 그다지 과격한 발언이 아니라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사 제목만 보면 누가 그렇게 생각하겠나. 당연히 외부, 특히 미국이 김정은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되지 않겠나.


언론은 대충 말하고 대중은 대충 알아듣는 일이 빈번하다. 사실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곡이 빈번하다. 가급적 이런 걸 줄이려면 말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주어를 생략하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엉뚱하게 해석하기 쉽기 때문이다. 루비오 의원이 그렇게 과격하게 말했을 리 없다는 내 추측이 옳았다. 내부 정변을 촉구한 거나 미국이 김정은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 거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건 다른 거다. 대중을 오도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제목장사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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