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을 계획하며
12월에는 3박 4일 중국 여행을 하려고 한다. 외국 여행은 1년여 만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목적지는 상하이이고 3박 4일 온전히 시내를 구석구석 살피기로 했다. 아직 숙소 예약만 하지 않았을 뿐 어딜 방문할지 사전 공부는 얼추 마쳤다. 지도가 머리 속에 들어 있다. 될 수 있으면 걸어서 다닐 참이다. 공공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택시 앱을 깔아서 가라는 말도 들었지만 깔아둔 알리페이 앱으로도 택시를 부를 수 있다니 혹시 택시를 탈 일이 있다면 알리페이로 부르면 될 것이다.
유튜브에는 실로 많은 상하이 여행담을 담은 영상이 있었다. 대체로 비슷비슷했다. 젊은이들은 미식을 즐기는 게 상하이를 찾는 큰 목적이어 보였다. 나도 물론 상하이에 간 이상 맛난 음식을 먹어보겠지만 역사 탐방도 한 주제다. 특히 상하이엔 한국과 관련된 장소가 몇 있다. 대표적인 게 익히 잘 알려진 상해임시정부다. 그리고 지금은 루쉰공원이라고 하는 옛 홍구공원은 윤봉길 의사가 거사한 장소니 가보려 한다. 또 상하이는 김대건 신부와도 관련이 있다. 용인의 은이성지에는 김대건 신부가 1845년 사제 서품을 받은 김가항 성당이 복원되어 있는데 바로 그 성당이 상하이 푸둥에 있었다. 김가항 성당이 있었던 자리는 지금은 택지 개발로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은 모양이니 가본들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번에 꼭 가려고 하는 데가 天安千树다. 영국인이 설계한 21세기 바빌론 공중정원이라는데 사진으로만 봐도 황홀하니 직접 보면 어떨까 자못 궁금하다. 1000그루의 나무란 어디 있는 나무를 말할까. 상하이에서 또 눈여겨보려고 하는 데가 豫园과 豫园 지하철역이다. 豫园은 16세기에 지어진 정원이라니 고색이 창연할 것이고 豫园 지하철역은 조명이며 화려한 디자인이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꼭 한번 봐야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상하이는 상해임시정부가 중요하지만 중국인들에게도 상하이는 매우 의미 깊은 데란다. 중국공산당 제1차 대회가 열린 곳이기 때문이다. 마침 대한민국상해임시정부와 멀지 않은 新天地에 있다니 가볼 참이다. 그리고 武康路도 빼놓을 수 없겠다. 수많은 명사들의 저택이 있었던 지역이라고. 그리고 安福路, 愚園路도 거닐어보려고 한다.
숱한 역사 유적이 남아 있는 데다가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상하이에서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간 김에 자기부상열차도 타보고 푸둥의 동방명주든 상하이타워에서든 높은 곳에 올라 시내를 굽어보고도 싶다. 환전은 않을 참이다. 중국은 현금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하니 말이다. 말 그대로 배낭여행을 꿈꾸고 있다. 항공사에서 올해 말까지 쓰지 않으면 상당한 마일리지가 소멸될 거라며 보내온 메일이 이렇게 상하이 방문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