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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Dec 16. 2024

상하이 기행

여행기를 시작하며

무척 가고 싶었던 상하이[上海]였다. 마일리지 소멸을 예고하는 메일이 항공사로부터 날아온 데다 느닷없이 중국이 한국을 비자 면제 국가로 지정하면서 상하이 여행을 마음먹었고 실행에 옮겼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박 4일 상하이를 방문하고 돌아와 이제 여행기를 차근차근 써볼까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풀어놓겠지만 전반적인 인상 몇 가지는 이렇다. 중국의 과거를 보려면 시안[西安]을 가고, 중국의 현재를 보려면 베이징[北京]을, 중국의 미래를 보려면 상하이[上海]로 가라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상하이는 발전하는 중국의 상징과 같은 곳이라는 뜻이겠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고 느꼈다. 상하이가 중국의 미래만 보여주는 곳이 아니란 걸 알았다. 중국의 19세기, 20세기 역사의 현장이었고 상당한 근현대사 유적이 남아 있었다. 이른바 '우수역사건축'으로 지정된 건물이 도처에 있었다. 워낙 유명한 와이탄[外灘]만이 아니라 시내 곳곳에 20세기 전반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었던 것이다.


짧은 4일 동안 첫 이틀은 내내 걸어서만 다녔다. 특히 둘쨋날은 아침부터 밤까지 걸었는데 스포츠트래커 앱을 보니 39km를 걸었다. 걸어서 상하이 시내를 두루 살펴보았다. 깊은 속내는 잠시 지나가는 나그네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겉모습만큼은 웬만큼 보지 않았나 싶다. 특징적인 것을 들라면 세 가지다.


첫째, 상하이에는 지키는 사람이 많았다. 수위, 경비라 해도 좋고 '巡邏'(그들 제복의 등에 쓰인 것처럼)라 해도 좋다. 집단 주택지 입구마다 있는 초소에 수위가 있는 거야 당연하다. 그런데 무료 화장실 입구에 앉아 있는 사람은 뭘 하느라 앉아 있으며, 공원 입구에 서서 있는 사람은 또 왜 그러고 있나. 지하철 승강장에도 여럿이 서 있다. 참으로 지키는 사람이 많다. 무려 18호선까지 있는 지하철에는 역마다 있는 짐 검사 기계 앞에서 한두 사람이 마치 공항 보안검색대 앞처럼 지키고 있었다.


둘째, 청소에 진심이었다. 시의 행정력이 청소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것 같았다. 혼자 집게로 길바닥의 휴지며 쓰레기를 줍는 청소부부터 오토바이에 상당한 장비를 갖추고 청소를 하는 사람, 그리고 서울처럼 아침에 도로 바닥을 쓸고 지나가는 청소차... 그래서인가 도시는 상당히 깨끗했다. 서울 못지않아 보였다. 더러워질 틈이 없이 치우니까.


셋째, 배달하는 사람이 많았다. 서울도 배달 오토바이가 많긴 하지만 서울을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았다. 가히 배달공화국이라 할만했다. 그들은 소리 안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도로도 달리지만 인도로도 맹렬히 달린다. 배달원은 조그만 동네 식당은 물론 번듯한 쇼핑센터의 식당가로도 들락거렸다. 이들이 속한 배달 회사도 여럿인 거 같았다.


이런 특징들이 다 중국에 사람이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워낙 인구가 많으니 지켜야 할 일도 많고 청소할 일도 많고 배달할 일도 많지 않겠나. 그 결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수위, 청소원, 배달원으로 일하니 아마도 실업률은 무척 낮이 않을까 추측된다. 거의 완전 고용이 아닐까 싶다. 모르긴 몰라도 말이다.


중국은 과거에 여러 번 갔다. 환전을 해서 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환전하지 않았다. 가보니 미리 들은 대로 현금은 거의 쓰이지 않았다. 신용카드도 별로 안 쓰는 듯했다. 대부분 알리페이, 웨이신 같은 스마트폰 페이로 결제하고 있었다. 거대 중국이 어찌 이렇게 급속도로 달라졌을까. 우리나라는 노인들이 키오스크에서 물건 사는 법을 잘 몰라 버벅대는 게 흔한데 중국은 노인들조차도 알리페이, 웨이신을 어느새 습득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도무지 살 수가 없으니까. 물론 현금이 통용되는 걸 보기는 했다. 호텔 근처 허름한 식품 가게에서 지폐를 건네고 거스름돈을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구걸하는 사람도 두 번 봤는데 한 번은 QR코드를 보이며 구걸했고 다른 한 번은 돈통을 들고 다니며 적선을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4일 동안 머무르며 와이탄, 난징루보행자거리, 예원, 신천지, 티엔즈팡, 우캉대루, 정안사, 인민공원, 루쉰공원, 1933라오창팡, 대양정전천안천수, M50창의원을 둘러봤고 마지막날은 치바오[七寶] 옛날 마을도 다녀왔고 끝으로 상하이타워 118층에 올라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중국에 도착해서는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상하이 시내로 진입했고 귀국길에는 지하철을 타고 공항에 갔다.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하고 돌아왔다.


귀국 항공편의 항로(스포츠트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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