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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Dec 20. 2024

상하이 기행 (2)

난징루(南京路) 보행가와 와이탄

益丰外滩源

상하이 한복판이라 할 수 있는, 인민공원에서 시작되는 난징루보행 가는 약 2km가 된다. 그걸 따라 끝까지 가면 황푸강이 나온다. 그리고 그곳에 와이탄(外灘)이 있다. 2km 되는 난징루 보행자 전용로를 걷기로 했다. 초입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물은 新世界城으로 쇼핑몰인데 외양이 고풍스럽고 화려하다. 길 건너는 第一百貨商店으로 이 또한 백화점이다.



난징루보행가는 상하이에서 드문 보행자 전용로다. 차가 안 다닌다. 다만 관광객을 태운 차가 이따금 지나가긴 하는데 아주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니 차라고 하기도 뭣하다. 그렇다고 이 길에 차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몇 군데 교차로가 있어 난징루와 직각으로 난 길로 차와 오토바이가 지나가니 조심해야 한다. 인파는 대단했다. 그만큼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인 모양이다. 근처에 호텔이 여기저기 서 있었다. 나도 인파에 파묻혀 걷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유명한 永安百貨店을 만났다. 오래된 백화점으로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6층까지 올라가 보았는데 워낙 오래된 백화점이라 그런지 내부는 무척 수수했다. 맞은편 上海时装商店은 패션몰 같았고 그 건너에 沈大成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케이크를 파는 곳에 저리 사람이 많다니! 世纪广场을 지났다. 넓은 빈터였고 커다란 영상 스크린이 떠 있었다. 그 너머로는 꽤 유명한 호텔인 上海大酒店이 우뚝 솟아 있었다. 갖가지 상점이 보행로 양쪽으로 줄 지어 서 있었다. 약국이며 안경점이며 스포츠용품점이며... 음식점도 물론 많았는데 갑자기 한글이 눈에 띄는 게 아닌가! 아마 북한에서 운영하는 식당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들어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걷다가 드디어 삼성 스토어를 만났다. 갤럭시 제품 시리즈가 건물 외벽에 사진으로 붙어 있었다. 삼성이 상하이 한복판에서 분투하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강력한 경쟁자인 애플 스토어가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화웨이가 아예 빌딩 전체를 쓰고 있었다. 



드디어 난징루보행가 끝에 이르렀고 황푸강이 나타났다. 계단을 따라 강가에 난 넓은 길에 이르니 사람들로 여간 북적이지 않았다. 왜 그곳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나. 황푸강도 볼 수 있는 데다가 건너편에는 루자쭈이의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가 보이고 와이탄의 고풍스런 건물들이 또한 눈앞에 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강 건너에는 무엇보다 동방명주 텔레비전탑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직선과 곡선이 한 구조물 안에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곡선이란 꼭대기의 둥근 부분과 아래의 둥근 부분을 가리킨다. 그리고 거기 입혀진 색깔도 곱다. 분홍색이니 말이다.



황푸강 따라서 그렇게 넓은 산책로가 나 있을 줄 몰랐다. 걷기 시작했다. 와이탄의 오래된 건축물들과는 좀 떨어졌지만 우선 강을 따라 걸어보는 게 급했다. 남쪽으로 걸어가면 갈수록 점차 사람들은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길이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적당한 거리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그러나 볼 게 많으니 걸음을 멈출 수도 없다. 황푸강 건너의 고층빌딩 중엔 눈길을 확 끄는 빌딩이 있었으니 Mirae Asset이었다. 미래에셋이 상하이에 이토록 큰 빌딩을 갖고 있다니! 황푸강에는 끊임없이 화물선이 바다를 향해 가고 있었다. 가끔 유람선도 보였다. 그리고 강가에는 식당으로 사용되는 배도 줄지어 서 있었다. 선상식당인 것이다. 그렇게 걷기를 거의 한 시간... 멀리 긴 다리가 보였다. 南浦大桥였다. 분명 거기까지도 넓은 산책로가 연결돼 있을 것 같았지만 그만 가기로 하고 산책로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름 모를 건물이 있어 들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绿地·外滩潮方으로 현대식 상업시설이었다. 사진을 워낙 많이 찍다 보니 배터리가 거의 떨어졌고 어서 보충해야 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충전을 할까 싶어 카페가 있나 살펴보았지만 마땅한 데가 보이지 않았다. 낭패였다. 그러나 뜻밖에 해결책을 찾았다. 화장실을 굽이굽이 돌아서 들어갔는데 복도 벽에 콘센트가 있지 않은가. 주머니에 든 충전 코드를 폰에 꽂은 뒤 콘센트에 연결했다. 그렇게 복도를 서성이며 충전되기를 기다리니 약 20분 후에는 40% 가까이 충전이 됐다. 그리고 다시 산책로로 돌아왔고 가다 보니 十六铺를 지났다. 이곳은 와이탄 남쪽의 유람선 부두다. 十六铺를 지나고는 산책로를 벗어나 와이탄의 오랜 건축물들에 바짝 붙었다. 건물마다 건물 내력이 적혀 있었다.



와이탄의 오래된 석조 건물들은 대체로 1920년에서 1925년 사이에 지어졌다고 설명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优秀历史建筑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중국국무원이 1990년대 중반에 이를 공포했다는 것도 명기돼 있었다. 어느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문을 열었더니 바로 경비원이 튀어나와 가로막았다. 결국 겉모습만 보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도 이런 건물이 일부 남아 있긴 하다. 서울시청, 서울시의회, 한국은행 등 몇 개만 남아 있을 뿐이다.


황푸강 강변 도로를 벗어나 골목 안으로 들어왔다. 안에도 역시 오래된 건물이 적지 않았다. 益丰外滩源아런 발당도 그랬다. 여간 웅장하고 고풍스럽지 않았다.

 益丰外滩源




와이탄 안쪽 도로에서 골목 모습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공공자전거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커피숍은 스타벅스도 여기저기 보였지만 luckin coffee, manner coffee 같은 중국 브랜드도 눈에 띄었다. 이따금 섬칫한 간판도 보았다. 毒蛇面馆이라니 말이다. 독사를 넣어 끓인 모양인데 과연 어떤 맛일까. 상하이의 골목길을 하염없이 걸어 차츰 호텔로 향했다. 그런데 급기야 폰의 배터리가 다 떨어지고 말았다. 폰이 작동하지 않으니 인터넷 연결이 안 된다. 인터넷 연결이 돼야 지도 앱을 켜서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다. 그래야 호텔로 가는 방향을 잡을 수 있는데... 거의 장님이 되어 그저 감만 가지고 호텔쪽을 향했고 결국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星巴克이 스타벅스인데 聖은 star, 巴克은 buck인 모양이다


호텔로 들어와 씻은 다음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호텔 가까이에는 음식점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老西門역까지 나가니 조금씩 식당이 보이기 시작했다. 맥도날드가 있었지만 중국에까지 와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을 순 없지 않나. 중국 식당을 찾아 계속 거리를 헤맸고 결국 현지 식당 하나를 발견해 들어갔다. 전형적인 현지인들의 식당이었다. 주방에서는 남자가 부지런히 조리하고 있고 밖에선 여자가 일하고 있었다. 내가 중국어를 아나. 벽에 붙은 메뉴판을 사진 찍은 다음 먹고자 하는 음식을 표시한 다음 들이밀어서 주문했다. 옆자리에는 노무자인 듯한 현지인 두 남자가 마주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탕 같은 안주를 시켜 놓고 병나발을 불고 있었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었다. 잠시 뒤 각자에게 큰 그릇에 담긴 면이 놓였다. 식사를 따로 주문한 것이었다. 여러 테이블에는 나 같은 이방인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현지인이었다. 다 먹고 나와 지불은 알리페이로 했다.



상하이 시내에 법률사무소가 군데군데 있었다. 여기도 송사가 많은 모양이다. 사람 사는 데인데 왜 없겠나. 호텔 맞은편에는 太平洋新天地商业中心이라는 거대한 빌딩이 우뚝 솟아 있었다. 워낙 크니 호텔이 자그마해 보인다. 호텔은 华美国际酒店인데 3성급이다. 방은 널찍하나 내부 시설은 고급스럽지 않았다. 특히 샤워실이 엉성했다. 물은 델 정도로 뜨거웠으나 냉온 조절이 부드럽게 안 된다. 시내 한복판의 고급 호텔과 어찌 비하랴. 이만하면 만족스러웠다. 상하이의 첫날 밤 깊이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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