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고 묵힐 이유가 없다
40대 때다. 5~6년 위인 존경하는 한 50대 선배를 보고 '저분이 50대라니!' 하며 '50대' 사람에 대해 참으로 늙었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그렇게 생각했던 내가 세월이 흘러 그 50대도 지나고 어언 60대다. 내가 '그분이 50대라니!' 했던 바로 그분은 지금 70대다. 세월은 화살 같다더니 과연 그렇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동갑이다. 학교를 같이 다닌 사람들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나뿐 아니라 누구든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친구라면 같은 또래라는 사실이 말이다. 물론 선배나 후배들과도 잘 어울리며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가끔 본다. 교제의 폭이 넓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런 이들도 역시 친하게 지내는 선, 후배들이 자기와 나이차가 심하진 않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열 살 이상 많거나 열 살 이상 적은 사람들과도 늘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사람은 대체로 비슷한 또래끼리 만나고 어울리며 사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 같다. 나이차가 심하면 그만 '세대차'를 느껴 잘 어울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요즘 인공지능, 특히 음성비서에 무척 흥미를 느끼고 있다. 갤럭시폰의 빅스비를 즐겨 애용하고 최근엔 헤이구글도 곧잘 쓴다. 그뿐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엔 넋을 잃을 정도다. 그 능청스럽고 유들유들함에 혀를 내두른다. 대체 코파일럿은 어느 정도의 지능을 지녔을까. 아직 파악을 못했다. 코파일럿뿐 아니다. 구글의 제미나이도 음성비서로서의 구실을 제법 한다. 그뿐이 아니다. 네이버의 클로바 앱도 깔았고 카카오의 헤이카카오도 깔았다. 이들이 모두 음성비서다. 가만 보니 퍼플렉시티도 음성 질문과 음성 답변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럼 역시 음성비서 아니겠는가.
나는 이들이 음성 질문을 받아서 음성으로 답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코파일럿과는 제법 긴 대화도 나누어 보았다. 그러나 아직도 빅스비나 헤이구글, 코파일럿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깊은 질문-대답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른다. 조금 맛만 본 정도에 불과하다. 그들의 지능, 능력을 잘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계속 꾸준히 말을 시켜보지 않고서는 그걸 알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궁금함이 잔뜩 쌓여 있지만 주변에 내 궁금증을 풀어줄 사람을 찾기 어렵다. 왜냐하면 내 친구들 중에는 폰으로 음성비서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고 폰에 그런 기능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설령 자기 폰에 그런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그걸 적극 사용해보려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대개 내 친구들은 폰의 음성비서 기능에 대해 흥미 자체를 별로 못 느끼는 것 같다. 이제까지 그런 것 없이 잘 살아왔는데 굳이 그런 걸 쓸 필요가 있나 하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나름 결론을 내렸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들은 대체로 호기심을 잃어가는구나 하고 말이다. 이들이 10대였다면 왜 호기심이 없었겠는가. 새로운 것을 보면 뭐든 해보려 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60대다. 새로운 것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다. '굳이 뭐 그런 것까지...' 하는 맘인 듯싶다. 친구들의 그런 경향과 특성과 마주하면서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20대, 30대 사람들은 음성비서에 대해 무관심할까. 아닐 것 같다. 60대 이상이 대체로 관심을 갖지 않는 음성비서를 그들은 꽤나 활발히 쓸 것 같다. 음성비서의 기능이 나날이 눈부시게 향상되고 있음은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잘 다루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소득 격차가 심해질 거라는 보도를 얼핏 본 기억이 있다. 앞으로 교과서도 AI 교과서를 쓸 거라고 한다. 젊은 층은 점점 인공지능에 익숙해질 것이고 능숙하게 다루고 생활에 활용할 것이다. 이러면 노인들은 점점 더 젊은이들과 소통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더욱더 노인은 노인들끼리만 어울리고 말이다.
내 친구들 중엔 인공지능, 음성비서와 친한 사람들이 왜 이리도 없나 하고 불평하듯 주절거렸다. 그래서 내가 은근히 또래 중에선 제법 앞선 것처럼 비쳤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보이고 싶은 의도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두려움이 있다. 도대체 이 괴물 같은 인공지능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몰라 답답한 것이다. 생활에 엄청 편리한 기능이 폰에 들어 있는데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것은 없을까. 분명 있을 것이다. 최근 빅스비로 참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메모장 앱을 '말로' 불러내 메모를 '말로' 하고, 일정이 생기면 그 일정을 그저 '말로' 저장할 수 있었다. 손끝 하나 까딱 하지 않고 말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부디 내 친구들도 이런 편리한 기능을 이용했으면 좋겠다. 있는 기능을 안 쓰고 묵힐 이유가 뭔가. 폰 음성비서의 숨은 기능 찾기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