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에 대하여

부끄럽다

by 김세중


한글 맞춤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사람 중에 그런 게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다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나 한글 맞춤법을 지켜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간혹 실수해서 맞춤법이 틀리는 일은 있어도 한글 맞춤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세상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한글 맞춤법이 뭐냐고 말이다. 그게 제1항, 제2항, 제3항 ...... 등과 같이 규정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런 규정을 본 적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필자야 이 분야에 오래 종사했으므로 한글 맞춤법 규정을 잘 알고 있다. 한글 맞춤법은 57개의 항으로 되어 있다. 제1항부터 제57항까지 있다. 한글 맞춤법은 1933년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기본으로 1988년 1월 문교부가 고시하였는데 현행 맞춤법은 2017년 3월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고시한 것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다.


57개 항의 한글 맞춤법을 읽으면서 기가 찬다. 규정의 문장이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지고 고색창연해서이다. 고색창연한 것까지는 좋다. 그럼 일관성이라도 있어야지 고색창연하다가도 갑자기 그걸 그만두고 현실적이 되기도 한다. 왔다 갔다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한글 맞춤법 규정의 문장을 읽어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준말을 좀체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준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서일까. 줄이지 않은 말을 쓴다. 예컨대 '밝혀'라는 말 대신에 '밝히어'라고 쓰는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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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원형을 밝히어', '어근을 밝히어'라고 하고 있다. '원형을 밝혀', '어근을 밝혀'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 언어생활에서 누가 '밝히어'라고 하는가. 간혹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것은 극히 예외적일 뿐이다. '밝히어'는 '밝혀'로 줄여서 말하는 것이 우리 몸에 뱄다. 그게 편하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 규정은 굳이 줄여서 말하지 않는다. 마치 줄여서 말하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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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편리하고 쉬운 한국어를 꿈꿉니다.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2024), '민법의 비문'(2022), '품격 있는 글쓰기'(2017)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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