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답 없는 고민의 끝을 잡고-
복직이 다가오고 있었다. 미드미와 함께하는 애증의 시간은 하루하루를 보낼수록 짧아졌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돌아가야 할 직장이 있었고(여전히 고민은 있었지만), 미드미를 누군가에게 맡겨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육아 포털 사이트를 통해 어린이집 대기를 신청하곤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여기 ㅁㅁ어린이집인데요"
그저 인사를 했을 뿐인데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아, 맞다 어린이집. 어린이집 대기를 신청했었지.
"시간 되실 때 어린이집 상담받으러 오세요"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드미는 그저 나와 눈만 마주치면 배시시 웃었다. 그런 미드미를 보며 어린이집을 보낸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짠했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미드미가 어린이집 바닥을 기어 다니며 언니 오빠들이 떨어뜨린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을 생각을 하니 가슴 한편이 시큰했다. 할 줄 아는 말이라곤 고작 엄마 아빠, 그리고 어버버 다다다 밖에 없는 미드미가 혹시라도 나쁜 대우를 받진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아직 믿을만한 곳이 더 많겠지만,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어린이집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아니, 뭐 저런 나쁜 사람들이 다 있지?라고 생각만 했던 시절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막상 미드미를 보낼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섰다.
H와 함께 상담을 받으러 갔다. 마침 쉬는 날이었던 H의 얼굴에 스쳐있는 걱정들이 보였다. H도 나만큼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시장을 지나 골목 사이로 들어가 낮은 언덕을 하나 넘으니 가정집 1층에 어린이집이 있었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이어서인지 많은 아이들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혹여라도 자는 아이들을 깨울까 싶어 까치발로 들어가, 구석에 있는 작은 아기 책상을 사이에 두고 상담을 했다. 미드미는 그저 장난감이 많은 그곳이 신기했는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어 했다.
상담이 끝나고 복잡한 마음 반, 담담한 마음 반으로 어린이집 문을 나섰다. 돌아오는 동안 H와 좋았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복직 후를 생각하며 나의 늦은 퇴근과 한국 사회에 대한 되지도 않는 가열찬 비판과 함께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의 책임으로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결정은 쉽게 내리지 못했다. 내 마음을 아는 건지, 새로운 장난감을 만지지 못해 시무룩해졌는지 미드미는 유모차에서 조용히 바깥만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내리 일주일을 고민했다. 모든 상황과, 동원할 수 있는 최대 인력을 생각했다. 장점과 단점을 생각했고, 육아 선배들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괜히 인터넷을 검색하기도 했고, 육아서적을 뒤져보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복잡했던 일주일을 보내고, 결론을 내렸다. 보내지 않기로. 아니, 엄밀히 말하면 다음 티오를 기다리기로.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미드미에 대한 걱정이나 내 복직에 대한 염려도 아닌, 내 마음이었다. 미드미는 초반에 좀 어색하고 떼도 쓰고 힘들어도 하겠지만 며칠이 지나면 또 자연스레 익숙해질 거다. 그리고 또 어느새 즐겁게 지내고 있겠지. 내가 문제였다. 나는 아직 미드미와 떨어질 자신이 없었다. 가끔은 너무 힘들고 도망치고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내 품 안에서 키우고 싶었다. 미드미를 안고,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는 그 시간을 아직 누군가와 나누고 싶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실 난 쫄보였다.
뉴스에서 나오는 극단적인 사례와 같은 어린이집은 소수일 거라 믿는다. 아직은 아기를 예뻐하고, 사랑해주는 사명을 가진 교사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그저 배부른 소리라 들릴지 몰라 글을 쓰면서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너무나 바라 왔던 아이, 그리고 그동안의 소심한 고민을 가득 담아 끄적인 짧은 글이, 누군가에게 큰 죄책감으로 다가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이미 이 시간을 보내온 많은 부모들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