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무 먹어서 걱정, 넌 그렇지 않아서 걱정.
11개월, 그러니까 돌이 되기 얼마 전부터 미드미는 먹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기 시작했다. 그 좋아하던 빵도, 귤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달콤한 파인애플도 입에 들어가는 족족 다 뱉어내기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스트레스였던 건 고기였다. 매일 40g의 고기를 먹여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바라 고기를 먹이는데 꽤 공을 들였건만..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고기를 구워주고 볶아주고 삶아주고 별 방법을 다 써봐도 뱉어내기 일쑤였다.
스트레스 지수가 한껏 올랐다. 하루 세 번 밥을 먹일 때면 으르렁 거리는 사자 한 마리와 살금살금 약 올리는 여우 한 마리가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매번 몸집이 열 배는 큰 사자가 지고 말았다.
치즈를 밥에 올려줘 보기도 했다. 밥이 싫은 건가 싶어 국수도, 스파게티도 해주곤 했다. 혹시 한식이 입에 맞으려나 싶어 된장국이나 들깨탕을 끓여보기도 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였다. 미드미는 두어 수저를 냠냠 받아먹고는 전부 밀어냈다. 혹시 맛이 없는 건가 싶어 주문해서 먹여보기도 했지만 역시나였다. 밥을 먹이고 나면 항상 식탁부터 바닥까지 미드미가 뱉어낸 무수한 밥알들로 수북했다. 차릴 때도, 먹일 때도, 치울 때도 푹푹 한숨이 나왔다. 12개월쯤 10kg을 간신히 돌파했다 싶었던 미드미의 몸무게는 연승 식음전폐의 결과로 점차 하락세를 기록했고 나는 애가 탔다.
다섯 달쯤 지났을까. '그때'는 하루아침에 찾아왔다. 여느때나 다름없이 근심을 한가득 안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드미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앞뒤로 휘휘 저으며 뭐가 그리 좋은지 꺄륵대고 있었다.
"미드마, 오늘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다섯 숟가락이라도 제대로 먹자. 알겠지?"
"으응"
대답 하나는 금메달인 미드미는 반달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식판을 사이에 두고 한 숟갈 두 숟갈 떠먹이는데 무언가 성에 차지 않는지 식판을 자기 쪽으로 가져갔다. 그리곤 밥을 덩어리째 집어 입안에 넣었다. 일순간 나도 미드미도 정지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표정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이내 반찬도 그렇게 우적우적 먹어대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언제 안 먹어서 속 썩인 일이 있었냐'는 듯. 다섯 숟가락이 목표였던 그날 아침은 결국 밥을 한번 리필하고서 끝이 났다.
그날 이후, 미드미는 계속된 기록 경신 중이다. 가리는 음식 없이 나물류까지 섭렵한 그녀는 사실 잘 먹기 시작하고 한 달쯤 후에 기어이 탈이 나긴 했다. 그동안 먹지 않았던 아쉬움을 털어내려는 듯 엄청나게 먹어대더니 두 번이나 과식으로 인한 구토를 경험했고, 소아과 선생님께 귀여운 친구라는 애칭을 얻었다. 요즘도 과식이 진행될 기미가 보일 때쯤엔 항상 그때를 상기시켜주곤 한다.
"미드마, 저번에 너무 급하게 많이 먹어서 막 토했던 거 기억나지?"
"으응"
"그러니까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고, 바나나는 조금 있다 먹자. 알겠지?"
매일 세끼를 차릴 때마다 마주치는 미드미의 스테인리스 식판에는 두 군데 찍힌 자국이 있다.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다섯 달 동안 너무나 먹지 않아 애태우던 그 시절, 먹지 않던 미드미에게 걱정 반, 으름장 반으로 이야기하다 제 승질에 못 이겨 숟가락으로 찍은 자국이다. 오늘도 찍힌 자국을 보며 미드미에게 미안한 마음 가득히 꼭 안아주었다. 조금만 기다려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