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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g Nov 09. 2018

다시 만난 세계

새록새록 떠오르는 예쁜 기억들

미드미 덕에 요샌 하루에도 몇 시간씩 동요를 듣는다. 그녀와 함께 동요를 듣노라면 새록새록 옛 추억들이 떠오르는데, 신기한 건 다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동요들의 가사가 떠오른다는 사실이다. 동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그녀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외치곤 한다. “엄마, 삐약삐약!” 그러면 “삐약삐약 병아리, 음메 음메 송아지”로 시작하는 동요를 재생하곤 한다. (이 동요의 제목이 ‘작은 동물원’이라는 사실은 최근에 알았다.)


미드미는 잠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동물들을 소환하곤 한다. “엄마, 음메” “엄마, 삐약삐약” “엄마, 야이” “엄마, 멍멍”...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불러대는 동물의 이름과 소리들 덕분에 나는 잊고 있었던 상상력을 총동원한다. “음메 소야, 미드미 맘마 먹는 거 잘 봐봐, 꼭꼭 씹어서 정말 잘 먹지?” “야이야, 우리 미드미 코자 할 껀데 고양이도 엄마 옆에서 같이 코자 할 거지?”


동물원에 처음 갔던 어느 여름날, 미드미는 세 시간을 풀 파워 에너지로 돌아다녔다. 키가 큰 기린과 등이 널찍한 코뿔소를 볼 때면 ‘우와’를 어찌나 연발하던지.. 코끼리 엄마와 코끼리 아기가 함께 물속에서 수영하며 장난치던 모습을 보고는 며칠이나 푸푸를 따라 했는지 모르겠다. 날이 추워져 동물원과는 당분간 이별이지만, 아직도 상상 속 동물들과 대화하는 미드미 덕분에 매일 동물원에 와 있는 이 기분이란.


쿨쿨 자고 있는 미드미의 모습을 보며, 통통한 두 볼이 왠지 가필드 고양이랑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토끼 같은 예쁜 딸내미라고 생각하고 만든 미드미 캐릭터가 무색할 만큼 통통하고 장난기 가득한 그녀. 그녀와 함께하는 매 순간이 동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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