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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g Jan 03. 2019

빵을 먹는다는 건

언니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과 같다.

출퇴근길,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면 빼꼼히 보이는 작은 간판 하나가 있었다. 큼지막한 크기도 아니고 화려한 조명도 없이 달린 정사각형의 갈색 틀 속에는 'Bread'라는 앙증맞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그저 글씨일 뿐인데 희한하게도 그 간판을 보고 있노라면 고소하고 달콤한 빵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출근길은 너무 이르고 퇴근길은 너무 늦은 탓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매일 봐온 덕분에 어느새 익숙해져 정든 그 빵집의 빵은 무슨 맛일지 궁금했다.


육아휴직 후 처음으로 빵집을 찾았다. 소개팅을 나가는 것만큼 두근거렸던 그 순간. 빵집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고소한 냄새로 치장한 보드라운 속살을 자랑하는 빵들이 수줍은 듯 날 바라봤다. 냄새에,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의 미소에 빵 두어 개를 샀고 나는 그날로 그 집의 단골이 되었다.


'사장님'이라는 호칭은 어느새 '언니'가 되었고 종종 이야기를 하다 삼십 분이 훌쩍 넘게 앉아있다 올 때도 있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언니의 빵집은 작지만 진솔하고 포근하며 그 어느 곳보다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그저 몇천 원을 내고 빵 하나를 사지만 항상 그보다 더 큰 무언가를 먹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그곳. 그곳이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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