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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lee Apr 15. 2020

순간의 감정이 아닌

33_ 분명 뿌리가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다. 

사람의 품이 그립다가도 고립되는 시간이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늘은 나 자신의 상태를 마주하며 여러 단어로 표현해보았다. 


지루함

속상함

불안함

답답함

의기소침

필요

피곤함

그늘

성취감

상쾌함

무기력

잡생각

고집

욕심

무례함

억울함

애착

마지막

울적함

쓸쓸함

잠잠함

조용

실망

기대

걱정



요즘 내가 마주하길 꺼려하고 은폐하려고 하는 나 자신 속의 단어들이다. 

얼마나 부정적적이고 생동감 없는가. 

봉쇄령이 내려지고 나는 마치 또 다른 나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원래는 기분 좋은 수다 한 번이면,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 한잔이면, 제일 먹고 싶었던 요리 한 접시면 풀어져야 할 내 기분이 지금은 돌 같이 딱딱하게 굳어져 아무리 나 자신을 어르고 달래도 이런 나의 상태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단순 스트레스 때문일까. 

그렇게 재빠르게 결론짓기엔 지난 3주 동안 너무 깊이 나 자신을 봐버렸고 어쩌면 훨씬 전부터 내 안에 내재된 단어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차 서너 대가 충돌한 것처럼. 최근에 일어난 여러 사건들 속 허우적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더 나를 깊이 살피게 된다. 

그리고 남들에게 섣부른 판단이 실례이고 함부로 내뱉는 조언이 무례한 것처럼-

지금 나 자신에게도 최대한 그런 판단과 조언 하기를 더디 하고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앞으로 나 자신이 어떻게 이 감정들을 순간의 기분으로 치부해버리지 않고 용기 있게 직면하며 돌파해갈지 너무나도 기대된다. 훗날 생동감 있는 단어들로 나 자신이 가득 채워질 때 즈음, 그때 새롭게 다시 찾아오겠다.









봉쇄령 일기 시리즈는 여기까지이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벌써 다음 주면 전국 봉쇄령이 끝이 난다. 

길고 길었던 시간- 꾸준히 글을 쓰며 기지개를 켜게 되니 기분이 새롭다. 

매일 같이 방문해주셔서 부족한 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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