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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lee Jan 30. 2021

어지러운 머릿속, 여행

39_ 여행이 언제나 답이 아니었음을. 






 20대 초반, 스페인어를 전공한 나는 (믿거나 말거나) 주머니 가볍게 홀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스페인에서 농장 일을 하며 관광객으로 갔으면 절대 못할 진귀한 경험들을 했다. 하루는 와인 농장 하는 친구가 투어를 시켜줬었는데 빈 속에 주는 와인을 전부 다 원샷했다가 빨간 자두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로- 락다운이라는 아주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고 이번 여행을 계획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찾아온 두 번째 배낭여행의 기회- 물론 이젠 그 무게를 뚜벅이로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편리한 교통수단이 생겼고, 하이웨이를 끝도 없이 달려 한 오두막에 도착했다. 


“재미있게 여행해라”


“조심해”


“꼭 살아서 돌아와”


저번 주 떠나기 전 지인들에게 들은 얘기다. 


거센 바람 덕에 오두막은 쉴 새 없이 흔들렸고 그 속에 유일한 고요는 낮잠이었다. 괜히 거울 속에 나 자신을 확인해보기도 하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밖에 나가 미친 듯 춤을 추고 들어오기도 하고 독수리가 멋들어지게 

패러글라이딩하는 것도 보고 희미해지는 무지개를 가만히 지켜보기도 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또 개인적으로 상상했던 만큼의 “AMAZING” 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잠시나마 즉흥적일 수 있어 기뻤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순간 나의 무조건적인 자유는 단지 찰나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뭐 그 찰나에 홀려 떠나는 게 여행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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