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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리톡 CEO 박병종 Jul 12. 2020

대형 커피전문점 '진동벨 경제학'

서빙 없애 인건비 줄이고 카페 복층화... 커피산업 ‘일등공신’

“아메리카노 두잔이요.” 계산을 하고 영수증과 함께 동그란 모양의 진동벨을 받는다. 친구와 함께 전망 좋은 3층 창가에 앉아 한창 수다를 떨다 보니 진동벨이 울린다. 여유롭게 카운터에 가서 커피를 받아 3층까지 가져간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 속에 토요일 오후를 즐긴다.


 2000년대에 들어 우후죽순 생겨난 커피전문점은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점포 규모를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종업원이 서빙하는 방식으로는 점포규모를 2층 이상으로 늘리기 힘들었다. 종업원이 많아져 증가하는 고용비용 뿐만 아니라 층수가 올라가면서 급격히 늘어나는 동선, 종업원 증가로 발생하는 혼잡 등의 문제 때문이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규모의 비효율’이 발생했던 것이다. 결국 대형 커피전문점에서는 카운터에서 음료가 준비됐음을 알리고 손님이 직접 음료를 받아가게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문제는 매장 직원이 목청껏 손님을 찾는 통에 우아한 카페 분위기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데 이런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한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진동벨’이었다.


 국내 1위 진동벨 생산업체 ‘리텍’의 윤종권 차장은 “진동벨을 활용하면 서빙하는 종업원이 필요 없어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커피가 준비됐을 때 시끄럽게 손님을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직원 일인당 생산성이 1.5배 올라 두명이서 세명분의 일을 할 수 있다”며 “가용거리가 500m에 이르기 때문에 3~4층 이상의 대형 점포에서도 하나의 카운터로 카페운용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커피전문점 효율화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실제로 스타벅스를 제외하고 카페베네, 커피빈, 엔젤리너스, 할리스 등 거의 모든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들이 2007년을 전후로 진동벨을 도입했다.


 파스쿠찌 송기우 과장은 “진동벨 덕분에 윗층이 편해졌다”며 “커피전문점 복층화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진동벨이 커피전문점의 규모 등 산업의 구조를 바꿨다는 것이다. 신촌 할리스에서 만난 이석현씨(26)는 “진동벨 덕분에 1층에 자리가 없어도 2층에서 할 일을 하며 커피를 기다릴 수 있어 좋다”며 “진동벨 없는 커피전문점은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이 1층에 몰려있어 번잡하고, 가끔 커피 주인이 뒤바뀌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진동벨 효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LCD패널을 부착한 진동벨로 손님에게 광고를 노출시켜 부가수익을 내기도 한다. 영상 진동벨 업체 ‘큐블릭미디어’는 탐앤탐스, 투썸플레이스 등 150개 매장에 광고 진동벨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일본 등 해외시장에 진출해 올해 50억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진동벨도 진화하는 중이다.


2013.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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