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퇴사 시키는 어린이집

차기 정부에 보육제도 개선을 제안합니다.

현재 어린이집은 법적으로 오전 7:30부터 오후 7:30분까지 보육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민간 어린이집이 오후 3:30~4:00에는 아이를 데려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퇴근 후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오후 7시는 돼야 하기 때문에 난감합니다. 맞벌이 부부들이 100여만원을 들여 하원도우미를 구하는 이유입니다. 이는 맞벌이 부부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가 보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재정을 투입하고 있으나 디테일을 관리하지 못해 옥상옥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래 기사가 해당 문제를 잘 취재했습니다.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8/03/161318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정부는 아이들을 기본보육 대상자와 연장보육 대상자로 분류해 차등적인 지원금을 어린이집에 지급합니다. 기본보육 대상자는 대체로 오후 3:30에 하원할 수 있는 전업주부의 자녀들이고 연장보육 대상자는 오후 7:30까지 보육이 필요한 맞벌이 부모의 자녀입니다. 문제는 한 반에 이들이 섞여 있다 보니 오후 3:30에 부모와 함께 하원하는 친구를 보는 연장보육 아이의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늦게까지 남는 아이들은 "우리 엄마는 언제 오지?" 생각하며 어린이집 현관문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맞벌이 부모의 가슴은 미어집니다. 결국 많은 돈을 들여 하원도우미를 구하거나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게 됩니다.

한편 어린이집은 부모들의 이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오후 3:30 하원을 더욱 유도합니다. 최대한 많은 아이가 오후 3:30에 하원해야 어린이집 교사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오후 3:30까지만 돌봐주는데도 정부지원금은 연장보육 금액으로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우리 아이에게 혹여나 피해가 올까 이를 용인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부가 보육료 지원을 한다 해도 현장 운영이 이렇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언제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워킹맘 퇴사 막는 어린이집' 제도를 제안합니다. 구체적인 실행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기본보육 대상자와 연장보육 대상자는 애초에 의무적으로 반을 나눠 같은 반 친구들이 하원할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여지를 최소화 하도록 합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분명 현장에서 얼마든지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2. 등하원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고 기록해 해당 기록을 토대로 정부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합니다. 현재 이미 많은 어린이집이 비콘을 활용한 등하원 기록을 하고 있고 이는 키즈노트 같은 앱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부보조금을 보육시간에 맞춰 정확히 지급해 세금을 편취하는 행위를 없애야 합니다. 더불어 익명신고제 등을 활용해 부모와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어린이집 운영을 감시해야 합니다.

3. 이런 편법이 일어나는 원인이 정부지원금의 부족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합니다. 만약 지원금 부족 때문이라면 정부가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하원도우미를 구하기 위해 부모들이 지출하는 돈에 비하면 어린이집 교사 추가채용에 투입해야 하는 정부 재원은 훨씬 적습니다.

이와 비슷한 문제가 초등학교 저학년에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학교가 너무 일찍 끝나 학원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합니다. 보육은 10가지 중 9가지가 충족돼도 1가지가 모자라면 결국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게 됩니다.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면 현장의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언제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