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3. 논제 - 올림픽
장내는 술렁였다. 2020년 올림픽부터 섹스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하자는 안건이 이건희 IOC 위원으로부터 나왔다. 모두들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고 몇몇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 위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당황스런 주장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현재 대부분의 인류문명이 섹스를 금기시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했지만 이제는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이미 포르노그라피가 온 미디어를 점령하고 있는 시점에서 섹스가 하나의 스포츠로서 양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건희 위원 옆에 대기하고 있던 프랑스 전위 예술가 멜라니는 “섹스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육체의 표현이며 다른 체조종목과 나란히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회의장은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IOC 위원들은 서로서로 이 황망한 안건에 대해 논의하는 것 같았다. 캐나다 위원인 마이크가 “과연 한국이 그 종목에서 승산이 있을 것 같느냐?”고 비웃자 이 위원은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며 응수했다. 얼마나 빨리 하느냐 혹은 얼마나 오래 하느냐의 기록게임과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가의 연기종목을 복수채택 한다면 어떤 국가나 인종이 딱히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케냐의 오딘 위원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는 무조건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그리스의 스테파누스 위원도 자신 있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여전히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의 스티븐슨 위원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사회-문화적 안정을 위해서라도 이는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문화가 아무리 전위적으로 바뀌고 K-POP의 선봉에 선 스타가 “섹스는 게임”이라고 주장한다 해도 섹스는 절대 게임이 될 수 없는 신성한 것이라며 열변을 토했다. 카타르의 무바락 위원도 종교문제로는 이슬람과 기독교가 대립하지만 이 문제만큼은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IOC 사무총창인 크리스토프 케퍼는 내심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섹스가 만약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다면 IOC의 중계권료 수입은 기존의 곱절이 되고도 남을 것이었다. 하지만 IOC 미디어 정책담당관인 수잔은 섹스가 방송에서 가치가 있는 것은 관음증적 특성 때문이며 그러한 관음성이 거세된, 양성화된 섹스는 별다른 상업적 가치가 없을 것이라며 그를 만류했다.
논의는 찬반양론으로 갈려 스포츠가 무엇인지 그리고 섹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원론적이고 철학적인 논의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올림픽의 상업화가 아마츄어리즘의 근간을 훼손하고 이제는 오물을 끼얹으려 한다는 비난부터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유서 깊은 스포츠인 섹스를 이제는 올림픽이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의외로 회의는 찬반이 비등할 정도로 박빙이었다. 물론 이 의외의 상황 이면에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로비가 이미 진행됐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그 시각 청와대는 IOC 회의장으로부터 들어오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받아보고 있었다. 사실 섹스의 올림픽 정식종목화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극비의 대책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을 빌미로 다시 한번 IOC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대통령의 의중이다. 만약 섹스를 올림픽 정식 종목화한다면 피임률과 낙태율이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 동-하계 올림픽 중계가 출산률을 높일 수 밖에 없다는 계산을 깔고 있었다.
정부의 여러가지 저출산 대책이 별 효과가 없자 목적달성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불도저 같은 대통령은 섹스를 스포츠의 반열에 올림으로써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명색이 올림픽인데 출산율이라도 확실히 ‘올림’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물론 이 순간에도 IOC 위원들은 한국의 진짜 문제는 까맣게 모른 채 섹스가 얼마나 운동이 되는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