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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omi Jul 19. 2023

그저 빠져보고 싶을 때가 있다

엄청 단 팬덤이 TV를 휩쓸고 갔다. 어른들도 젊은 친구들도 다 따라 부르던 그 장르 트로트. 

라디오 프로그램을 20년 가까이하고 있는데 트로트는 20년 전에도 우리 곁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전의 트로트가 아니다. 어른만 듣던 장르가 아니라 거대한 팬덤이 움직이는 그런 장르다.

코로나가 창궐해 밖에 외출도 안되던 시절, 청취자들을 전화 연결로 만나면 한결같이 대답이 돌아왔다.

" 임영웅 씨 때문에 버텨요" 그 한마디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임영웅은 그냥 가수가 아니라 코로나를 버티게 해 준 누군가에겐 피난처였다. 


나는 잘 무언가에 빠지지 않는 편이다. 그 흔한 학창 시절에도 아이돌 가수 한번 제대로 좋아한 적이 없다.

나도 좋아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았다. 나는 멋있는 척하는 사람보다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최근에 노래를 듣다가 홀린 듯 딩고 라이브에서 창섭 씨에게 빠져 들었다. 그 이름은 비투비 이창섭.

좋아하게 된 이유는, 유쾌함때문이었다. 누구나 갖고 있는, 혼자 있을 때의 소심한 모습, 그리고 눈치 보는 모습들이 있지만. 막상 본업인 노래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멋지게 변하는 그의 모습에 활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멤버들과 있을 때도 무심함에 따뜻함이 풍기는 모습에서 저절로 웃음이 났다.


우울할 때마다 찾아봤다. 영상도 보고 노래도 들었다. 기분이 안 좋아지려고 하면 그저 그를 봤다.

무언가 위로가 되는 느낌이어서 참 좋았다. 지금도 생각하면 므흣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덕질처럼 온전히 빠져서 내가 일상생활에 지배를 받는 게 아니라, 나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빠짐은 지금 시기에 꼭 필요한 거 같다. 노래나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취미를 찾고 내가 다운될 때마다 내 사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것들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사춘기 때처럼 변화를 직면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니까. 사춘기는 성장한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우리는 나이 들어감을 인정해야 한다는 어려움에 놓여 있다. 그럴 때의 활력은 어떤 것에 제대로 빠져 기분 좋아질 때 찾아오는 것 같다, 그야말로 기분 좋은 중독, 내 인생을 내어주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을 함께 색칠해 가는 즐거움, 그거면 된다. 그럼 우린 또 한 번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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